지난 몇 년 간의 유학생활을 돌이켜보면 여러 가지 크고 작은 어려움들이 많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힘들 었던 점은 아마 ‘적응’과 ‘학업’을 병행 해야 하는 것이 아니 였나 생각이 든다.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다소 늦다고 볼 수 있는 시기에 결정 한 유학이었기에 이십 년 넘게 살아온 한국을 떠나 새로운 곳의 생활에 적응하는 것으로도 힘들었는데, 미국에서‘유학생’ 신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항상 풀타임 (Full-time)으로 학교를 다녀야 하고 성적 또한 일정 수준으로 유지해야 했기 때문에 때로는 내가 듣고 싶지 않은 수업도 억지로 들어야 했고, 학점을 안 좋게 받아서 학교를 더 이상 다니지 못하게 되면 어쩌나 하는 고민도 해야 했었다.
보통은 풀 타임 이라고 하면 한 학기(Semester)에 12학점(12 units)이 상을 얘기하는 것인데, 쿼터(Quarter)제로 운영되는 학교도 많이 있고, 어학원이나 기술학교는 또 다른 기준이 적용 되서, 어학원에서 시작해 2년제 전문대인 커뮤니티 컬리지로 그리고 다시 4년제 대학으로 편입을 해야 했던 나에게는 여간 헷갈리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성적은 보통 학점(GPA) 2.0 이상을 유지해야 하는 것이 보통인데, 일부 사립학교는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곳도 있다고 하니까, 그런 학교에서 공부하는 유학생들은 스트레스가 이만 저만이 아닐 것 같다.
여러 가지로 힘든 상황에서도 꿈을 안고 온 유학 생활이었기에 잘 견뎌낼 수 가 있었지만, 한번은 정말 위기라고 느꼈던 순간이 찾아온 적도 있었다. 커뮤니티 컬리지 에서 4년제 대학으로 막 편입하려던 무렵이었다. 편입 준비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잠도 제대로 못 자다 보니 졸음 운전 으로 교통사고가 나게 된 것 이다.
다행히 주위의 도움으로 사고는 잘 해결할 수 있었지만, 그 뒤로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허리에 이상이 생겨, 앉아 있는 것도 힘든 지경이 되었고 맘 같아서는 학기를 쉬고 싶었지만 신분을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에 무리 해서 수업을 들었고 결국은 성적에 영향이 가게 되었는데, 다른 수업들은 그럭저럭 잘 넘겼지만 가장 자신 없던 수업에서 결국은 낙제(Fail)을 하고 말았다.
성적이 나온 후에 유학생 담당 카운셀러 에게서 연락이 와서 면담을 하게 되었다. 카운셀러는 내 성적에 대해서 추궁하고 따지듯 물어왔고 는 울컥해서 짧은 영어로나마 자초지종을 설명 하고 억울함을 호소하였더니, 카운셀러의 표정이 금새 바뀌면서 왜 진작 얘기하지 않았냐면서 이번에는 사정이 있으니 신분을 복구(Reinstatement)시켜 줄테니, 다음부터는 그런 일이 있으면 병가로 휴학을 하는 방법을 고려해보라고 조언해 주었다.
몸이 안 좋았을 때 병원에서 진단서 하나만 받아가면 해결 할 문제를 혹여 신분을 잃게 될까 마음 졸이며 기다리고 학점도 낮아지고 복잡한 Reinstatement 절차를 거치며 서류비까지 내게 되었으니 억울하기는 했지만, 별 문제없이 학교를 계속 다닐 수 있는 것으로 위안을 삼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그때의 경험으로 인해서 다음에는 문제가 생기고 어려움이 있으면 도움을 청하고 상담하면 방법이 있다는 것을 배워서 그 뒤로도 보탬이 되고 있는 값진 경험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