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이전 기사를 통해 역사, 캠퍼스 구성 및 학부와 같은 아이오와 대학교(University of Iowa)의 다양한 구성요소를 다룬 바 있다. 기사를 통해 알 수 있듯 학교의 유구한 역사와 뛰어난 교과과정, 그리고 문학도시로서의 명예만으로도 아이오와 대학교를 선택할 이유는 충분하다. 그러나 학생들이 학업을 이어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바로 여가와 휴식이다. 아무리 뛰어난 학생일지라도 365일 24시간을 공부만 하며 보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혈기왕성하고 호기심이 많은 이들을 위한 곳부터 느긋한 휴식을 즐기는 평화주의자를 위한 장소까지, 총 5개의 명소를 선정했다. 향후 아이오와 대학교에 진학하거나 아이오와 시티를 방문하는 이들에게 휴식을 위한 길잡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온몸으로 느끼는 호크아이의 열기, 키닉 스타디움 (Kinnick Stadium)
키닉 스타디움은 아이오와 강(江) 서부의 대학병원 바로 뒷편에 위치해 있다. 총 수용인원은 69,000명으로 전국의 대학 미식축구 구장 중 25위에 불과하나, 아이오와시티의 전체 인구가 75,000명이 채 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아무리 흥행성이 떨어지는 경기일지라도 최소 40,000명 이상의 관중이 입장하기 때문. 특히 라이벌전이 잡히는 날에는 십중팔구 티켓이 조기 매진되니, 좋은 자리에서 경기를 관전하고자 한다면 서둘러 티켓을 구매하는 게 좋다.
경기장에 입장할 때에는 학교의 마스코트인 헐키 더 호크가 새겨진 옷을 입고 있는 편이 좋다. 설령 그런 옷이 없더라도 함께 응원을 즐기면 그만이다. 상대팀의 유니폼과 비슷한 색상의 옷만 피하면 관중들의 장난 섞인 야유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응원단의 신호에 맞춰 구호를 외치고 파도를 타는 등 호크아이스 특유의 응원문화를 즐길 수 있으며, 동시에 장차 NFL에 지명될 수도 있는 엘리트 선수들의 화려한 경기력을 눈앞에서 감상할 수 있다.
피크닉과 행사를 위한 도심 속 장소, 시티 파크 (City Park)
경기장에서 북쪽으로 1km 가량 떨어진 곳에는 피크닉 장소로 잘 알려진 시티 파크가 위치해 있다. 잔디밭이 펼쳐진 강변에 여러 사람이 모여 앉을 수 있는 쉘터(Shelter)가 설치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총 12개의 쉘터가 존재하며, 적게는 12명에서 많게는 132명까지 수용 가능하다. 같은 이유로 동아리 공식 행사 역시 이곳에서 자주 열린다. 기본적으로 바베큐 파티에 특화된 장소이나, 미리 준비된 음식을 가져와 피크닉 장소로 활용하는 것 역시 좋은 방법이다.
쉘터 사용을 위해서는 시청 웹페이지 또는 전화를 통해 예약을 진행한 뒤 대관료를 지불해야 한다. 쉘터의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40 ~ $100 사이의 비용을 지불하면 5시간 동안 이용이 가능하다. 본래 카운티 법에 따라 야외 음주가 금지되어 있었으나, 2021년 5월부터는 주 정부의 판결에 따라 예약 인원에 한해 쉘터 내에서의 음주를 허용하고 있다. 기회가 된다면 시원한 맥주 한 잔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다.
홀로 사색에 잠기고 싶다면, 히코리 힐스 공원 (Hickory Hills Park)
시티 파크에서 북동쪽으로 조금만 더 나아가면 숲과 습지로 이루어진 히코리 힐스 공원이 나온다. 본래 공원 북쪽에 위치한 오클랜드 공동묘지(Oakland Cemetery)의 확장 부지로 활용하기 위해 시에서 매입했으나, 이후 공원으로 용도 전환이 이루어졌다. 공원으로의 전용 이후 시에서 2008년까지 주변 부지를 추가로 매입했으며, 그렇게 현재와 같은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삼림의 대부분이 히코리나무로 이루어져 있는 언덕 지형이다. 습지를 품고 있는 숲답게 이끼와 냇물의 조화가 인상적이며, 영유아 및 초등학생들이 현장체험학습을 목적으로 자주 방문한다. 방문객이나 학생들의 발길이 뜸한 오후 시간대에는 상당히 고요하며, 덕분에 사색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산책로가 비교적 평탄한 만큼 하이킹과 같은 간단한 스포츠활동 역시 가능하다. 겨울이 춥고 강설량이 많기로 악명 높은 아이오와이지만, 너무 춥지 않다면 겨울에 방문해보는 것 역시 나쁘지 않다. 눈으로 뒤덮인 숲과 습지의 매력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산물로 빚어낸 모험의 장, 옥수수 미로 (Corn Mazes)
아이오와는 미국 최대의 옥수수 생산지로 잘 알려져 있다. 미국 내에서 생산되는 바이오에탄올의 30% 가량이 아이오와에서 나올 정도이며, 디아지오(DIAGEO)와 같은 거대 주류기업의 주정(酒精) 생산용 옥수수 구매처이기도 하다. 2020년 미국 대선 당시 트럼프 前 대통령이 참패하는 와중에도 아이오와에서만큼은 바이든 대통령을 꺾은 것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옥수수 수출 활성화를 공약으로 내세운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최근에는 아이오와를 배경으로 한 영화 <꿈의 구장>을 기반으로 조성된 현실판 꿈의 구장에서 메이저리그 경기가 개최되는 등 주 정부 차원에서 옥수수밭을 활용한 다양한 문화컨텐츠를 시도하고 있다.
아이오와 주 각지에 조성된 옥수수 미로 역시 이 중 하나이다. 지름만 수백미터인 미로가 옥수수밭 내부에 조성되어 있는데, 벽을 짚고 따라가야 겨우 탈출할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아이오와 주 전체에 걸쳐 수십여 개의 미로가 조성되어 있으며, 캠퍼스에서 가장 가까운 미로는 콜로니 펌프킨 패치(Colony Pumpkin Patch)라는 농장에 위치해 있다. 일반적으로 공휴일이나 기념일 또는 지역 기업을 홍보하기 위한 용도로 제작되며, 공중 또는 고층 건물에서 그 형태를 제대로 확인할 수 있다.
아이오와 속 작은 독일, 아마나 콜로니스 (Amana Colonies)
아마나 콜로니스는 독일에서 루터교가 세를 확장하던 1700년대 초반 개신교의 정통주의 신학에 비판적이었던 이들이 아이오와로 이주하며 형성된 마을이다. 마을 구성원 모두가 기독교인으로서의 신앙 자체보다는 생활양식에 중점을 둔 경건주의(Pietism)에 입각해 생활하고 있으며, 총 7개의 콜로니에 1500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 본래 제한적인 무역으로만 외부 세계와 소통했으나, 1930년대 경제 대공황 당시 큰 위기를 겪은 이후 문호를 개방하며 관광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1966년에는 그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미국 연방정부가 선정하는 국립사적지(National Register of Historic Places, NRHP)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캠퍼스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위치해 있으며,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마을을 개방한다. 토요일에는 9시 30분에서 5시까지 마을을 개방해 보다 많은 체험활동을 즐길 수 있게 했다. 독일 이주민의 후손들이 거주하기 때문에 대다수의 건축물이 1700년대 당시 독일 가정집의 형태를 띠고 있다. 독일의 문화를 상당 부분 계승한 지역답게 수제 맥주, 와인, 소시지와 같은 독일 식문화를 쉽게 접할 수 있다. 특히 독일의 맥주 축제인 옥토버페스트가 열리는 시기, 즉 9월 말에서 10월 초 사이에 맞춰 이곳에서도 옥토버페스트가 열리기 때문에* 때맞춰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이외에도 산책로 탐방, 골프, 석영 공예, 아트뮤지엄 방문 등 다양한 선택지가 제공되므로, 맥주나 독일 식문화에 관심이 없는 이들 역시 한번쯤 방문해볼 만하다.
*쉘터를 벗어난 곳에서의 음주행위는 엄격히 금지되며, 과음 사실이 적발될 경우 경찰에 연행되거나 강제로 구급차에 탑승해야 한다. 미국의 구급차 이송비용은 $2,000, 즉 한화로 200만원이 넘는다. 책임지지 못할 음주는 지양하도록 하자.
*2020년에는 코로나19의 여파로 행사가 전면 취소되었으나, 2021년부터 재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