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에서는 미투운동이 큰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1월 말, 한 여성 검사로 인해 폭로된 검찰청 내부 성 추문 사건은 한국 내 미투운동의 기폭제가 되어 성범죄 피해자들의 수많은 폭로를 가능하게 해주었다. 미투운동으로 드러난 성범죄 피해자들이 대부분 여성인 것을 고려하면 한국에서 남성과 여성은 동등한 인격체로 대우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여성 인권에 관련된 신문 기사는 모두 찾아 읽고 이와 관련된 학교 수업을 들을 만큼 나는 개인적으로 이 같은 문제에 큰 관심이 있고 이러한 관심은 어린 시절 유학을 시작한 후 경험한 홈스테이 가족들과의 추수감사절 저녁 식사에서 시작되었다.
한국에서의 흔한 명절 풍경을 머릿속에 그려보면 온 가족이 모여 맛있는 명절 음식을 먹으며 화기애애하게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 하지만 더 자세히 살펴보면 명절 상에 차려지는 음식을 준비하느라 바빴던 여자들은 남자들이 식사를 시작한 한참 후에서나 식탁에 둘러앉아 대화에 참여하고 있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많은 여성은 명절 증후군을 앓고 있고 이러한 증후군의 대표적인 원인으로는 명절 음식 준비를 위한 육체적 피로와 성차별 문제로 인한 정신적 피로 등이 있다고 한다.
실제로 명절 준비를 하는 것은 집안 여자들의 일이며 이에 따라오는 피로와 스트레스를 감당하는 것 또한 그들의 몫이다. 유학을 시작하기 전 나는 한국의 이러한 문화를 너무나도 당연히 생각하고 있었고 따라서 집안에서 여성과 남성의 일이 분명하게 갈리는 데에 아무런 의문점을 가지지 못했다.
내가 이런 문화에 질문하기 시작한 것은 미국으로 유학을 와 나의 홈스테이 가족들과 추수감사절을 보냈을 때이다. 추수감사절 저녁을 준비하기 위해 나를 포함한 모든 홈스테이 가족 구성원은 장을 보고 저녁을 준비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가 나서 저녁상을 차렸고 모든 가족 구성원이 식탁에 둘러앉지 않고서는 그 누구도 식사를 시작하지 않았다. 마침내 모두가 자리에 앉았을 때 할아버지께서 기도를 해주셨고 그 후에 우리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식사를 시작하였다.
흥미롭게도 이와 같은 상황은 매일 반복되었다. 홈스테이 가족들과 함께한 추수감사절 저녁은 새로운 문화에 융합되며 내가 중요한 가치관을 형성할 수 있게 도와준 하나의 과정이었고 그때 내가 느낀 놀라움과 복잡한 감정들은 무지에서 비롯된 나의 무관심을 반성하게 해준 계기였다.
이와 같은 일을 통해 단순히 한국에서 여성과 남성이 동등한 인격체로 대우받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 아니다. 내가 짚고 싶은 점은 나의 주변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일들에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정해진 규칙에 수긍할 수밖에 없고 결국에는 사회가 만들어놓은 규칙 안에서 내가 나를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학생 신분으로 타지에서 살아가다 보면 위와 같은 성차별 문제뿐만이 아닌 여러 불합리한 일들을 자주 겪게 되는데 이럴 때마다 수긍하기 전 왜? 라는 질문을 던지고 관심을 가지다 보면 점점 더 나은 환경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