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경제위기: 헝다그룹의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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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9월 18일, 코로나-19로 인해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한가로운 추석 분위기를 만끽했던 한국과는 달리 옆 나라 중국에서는 헝다그룹의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블룸버그 통신이 “헝다그룹이 밀린 부채의 이자를 갚지 못해 파산 선언을 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인데요. 헝다그룹은 중국 내에서 어떠한 기업인지, 중국을 비롯해 전 세계의 경제 상황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낱낱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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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헝다그룹이란? 

헝다그룹은 1996년에 설립된 중국 선진 시에 본사를 두고 있는 부동산 개발 회사입니다. “항상 (恒) 크다 (大)”라는 뜻을 가진 헝다그룹의 회사명과 걸맞게 헝다그룹은 대기업으로 성장하여 2020년 기준 중국 건설사 중 자산규모 1위를 기록하였으며 포춘이 선정한 글로벌 500대 기업 중 122위를 차지하기도 하였습니다. 이처럼 부동산 업계에서도 또한 1위를 놓치지 않았는데요.

이쯤 되면 헝다그룹이 어떤 방식으로 차익을 거두어 부동산 업계의 최고봉이 되었는지 궁금하시는 분들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헝다의 운영방식은 이렇습니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토지를 매입한 다음, 빠른 시일 내에 완공이 가능한 건물을 지은 다음 건물을 높은 가격에 팔아 차익을 거두는 방식이었죠. 특히나 중국의 부동산 시장은 2000년대에 최고로 호황을 맞으며 헝다그룹도 이를 따라 급격한 성장을 이루었습니다.

헝다그룹은 부동산과 건설사 헝다부동산을 주축으로 시작하였지만 인간의 욕심이 끝도 없듯이 헝다그룹의 많은 욕심을 알 수 있는 대목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바로 “문어발 확장식 사업” 이죠. 헬스케어, 네트워크, 음료/식품, 보험사, 테마파크 등등 손을 뻗지 않은 분야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헝다그룹의 범위는 넓어져 가기 시작했습니다. 최근 헝다그룹은 54조 원의 투자를 받으며 전기 자동차에까지 사업을 확충하였고 “판매한 자동차가 없지만 중국 자동차 기업의 시가총액 2위”에 오르는 기이한 경험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2. 사건의 발단: 중국의 내부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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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어발 확장식 사업을 펼치던 헝다그룹에는 곧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인플레이션, 국민들의 불안심리로 치솟은 중국 부동산 가격의 폭등을 막기 위해 시진핑 정부는 2020년부터 집값을 올리는 부동산 기업들의 행태를 규제하기 시작했기 때문이죠.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이러한 규제는 부동산 기업에 대해 대출을 규제하는 방식으로 시행되었으며 중국의 금융당국은 중국 내에서 “삼도홍선 (三道红线)”이라고 불리는 3가지의 경고 기준을 선정하여 한가지라도 해당되는 회사에는 신규 대출 및 부채 확대를 제한하는 패널티를 주었습니다. 삼도홍선이라 불리는 3가지의 규제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선수금을 제외한 부채비율이 70% 이상인 기업

2. 순부채비율이 100% 이상인 기업

3. 단기부채가 자본금을 초과하는 기업

불행하게도 헝다그룹은 위 세 가지의 조건에 모두 해당하는 기업이었습니다. 부동산을 매입한 뒤 건물을 지어 매각하는 방식으로 회사를 경영하였을 뿐만 아니라 무리하여 문어발 사업을 하였던 터라 헝다그룹의 부채 비율은 높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죠. 따라서 중국 정부로부터 대출을 연장하지 못했던 헝다그룹은 부채를 갚지 못하는 사태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기자동차를 한 대도 팔지 못했지만 높은 기대감으로 시가총액이 무려 100조에 이르렀던 헝다 자동차의 주가는 -95%를 기록하며 주가 폭락을 맞았습니다.

주 사업체인 헝다 부동산이 짓고 있던 아파트의 단지들은 완공이 지연되었고, 이는 중도금, 잔금의 입금 지연뿐만 아니라 분양자들의 공분을 사기도 하였습니다. 헝다에 대한 불안의 눈초리가 심해지자 중국인민법원은 헝다의 예금 234억 원을 동결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 말은 즉 슨 헝다그룹이 이자를 갚지 못하니 예금을 동결 시켜 몰수하겠다는 것인데요. 심각한 위기감을 느낀 헝다그룹은 실물자산 상환을 긴급 공지하여 급기야 아파트 분양자들에게 판매가 기준 최고 절반 이상 할인된 가격이 부동산을 처분하게 되었습니다.

3. 제 2의 리먼브라더스 사태라고 불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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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전 세계는 헝다그룹의 동향만을 예의주시할 뿐 그 누구도 현재의 헝다그룹의 예후를 판단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한가지 우려되는 점은 헝다그룹의 현재 상태가 과거의 리먼 브러더스 불러일으켜 전 세계의 경제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 리먼 브러더스 기업과 닮았다는 것인데요. 리먼 브러더스 기업이 2008년 금융위기를 맞기 직전 주택저당증권의 발행량을 늘리기 위해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늘린 뒤 파산하여 전 세계에 영향을 미쳤다면, 헝다그룹은 현재 약 35억 원에 달하는 3000억 달러의 부채를 지고 있어 사실상 다가오는 채무 이자 결제일에 돈을 갚지 못하는 실정에 달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최근 헝다그룹의 신용등급은 CCC+ 단계에서 CC까지 하락하였는데요. 만일 헝다그룹이 파산한다면 헝다의 채권을 보유한 중국의 은행들과 건설사들 또한 연쇄 파산할 것입니다. 이러한 특징을 살펴볼 때 이번 헝다그룹 사태는 리먼 브러더스 사태와 많이 닮아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4. 헝다그룹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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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살펴볼 요소는 헝다그룹의 미래입니다. 현재로서 헝다그룹의 미래가 밝다고 예측하기는 어려운 상황인데요. 헝다그룹은 그동안 중국의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쳐 온 기업 중 한 곳이지만, 중국 정부가 삼도홍선이라 불리는 3가지의 규제 기준을 발표하였을 때 중국은 이미 헝다그룹이 포함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헝다그룹은 계속되는 문어발식 사업 확장과 중국 금융당국의 규제 기준을 어겨 중국 정부로부터 삼도홍선으로 잘못된 경영방식의 대가를 치른 것이죠.

현재 헝다그룹의 아파트, 오피스텔 등등의 부동산을 분양받은 피해자들은 매우 많습니다. 금전적 피해 규모는 말할 것도 없고 말이죠. 중국 정부가 헝다그룹의 피해자들을 구제하기 위해 헝다그룹을 일시적으로 도와줄 수는 있겠지만 헝다그룹은 부채를 갚기 위해 그동안 넓혀온 계열사를 매각하는 등의 순서를 밟을 것이 유력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