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드 보복…한인 학생 비자 거부해 미국 음대 공연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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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한국인까지 번진 한한령
이스트먼 음대 소속 오케스트라
애초 한국 단원 3명 빼고 가려다
“비겁하다” 비판 쏟아지자 번복
중국 “한·중 950만 왕래” 보복 부인 

2016년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가 한국에 배치되며 시작된 중국의 한한령(限韓令)이 한국을 넘어 해외 거주 한국인에게까지 확대되고 있다. 미국의 유명 음악대학이 학교 소속 오케스트라의 중국 공연에 한국인 단원을 데리고 가지 않으려다 비판이 거세지자 결국 공연을 잠정 연기했다. 해당 음대는 한한령으로 인해 중국이 한국인 단원의 입국을 거부해 왔다고 밝혔다.

당초 미국 로체스터대 이스트먼 음대 소속 오케스트라인 ‘이스트먼 필하모니아’는 12월 30일부터 내년 1월 8일까지 상하이·항저우·선양 등 중국 8개 도시 순회공연을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자말 로시 이스트먼 음대 학장은 29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올린 ‘학장의 메시지’에서 “오케스트라 전 단원이 참석할 수 있을 때까지 투어를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80여 명의 학생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한국인 단원 없이 중국) 공연을 결정했다”고 밝혔다가 이를 번복한 것이다.

지난 25일 로시 학장은 “한국인 단원 3명을 제외하고 이스트먼 필하모니아가 중국 투어를 가기로 결정했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지난달 말 중국 측 파트너가 ‘오케스트라의 한국인 학생 3명은 비자를 받을 수 없다’고 알려왔다. 2016년 미국이 한국에 보낸 사드와 관련이 있다”며 “중국은 (사드 배치에 대응해) 한국인 예술가들의 중국 공연을 막아 왔다”고 덧붙였다.

로시 학장은 그러면서도 “학교 설립 이후 첫 해외 투어인데 공연 두 달 전 취소하면 중국에서 이스트먼 음대의 명성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며 “이는 교수진과 단원들에게 (중국에서의) 잠재적 채용, 공연 기회에 제약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 클래식 시장의 ‘큰손’ 중국의 입김을 무시할 수 없었다는 점을 고백한 셈이다. 그는 또 “(한국인 학생들의) 비자를 받기 위해 미 의회 관계자와 뉴욕 주재 중국 영사관에 2주 넘게 입국 방법을 알아봤지만 실패했다”며 “한국 학생 3명도 ‘투어가 계속돼야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결정은 온전히 나의 결정”이라며 다른 이들을 비난하지 말라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미국 내에선 비난이 쏟아졌다. 이 대학 음대 박사과정 학생인 다이애나 로젠블럼은 “학교의 ‘차별 금지 정책’을 위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국인 3명 배제 사실을 보도한 ‘바이올리니스트닷컴’도 “인권운동 시기엔 백인 재즈 뮤지션들이 흑인 동료들을 환영하지 않는 공연을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여기엔 “투어 배제 결정은 비상식적이고 비겁하다. 학장은 사퇴하고, (투어를 가기로 한) 단원들도 예술가가 될 것인지 체스판의 졸(폰)이 되고 싶은지 결정해야 할 것”이라는 댓글도 실렸다.

2016년 중국 정부가 한한령을 발동한 이후 중국 내 한국 예술·문화 인사의 활동은 어려운 상태다. 2017년 2월 세계적 소프라노 조수미가 중국 비자를 받지 못해 광저우·베이징·상하이에서 계획한 공연을 취소한 게 대표적이다. 이외 많은 한국 연예인의 중국 내 드라마·영화 출연, 콘서트가 취소됐다.

최근 중국인의 한국 관광 입국이 늘며 한한령이 완화됐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이번 이스트먼 음대의 중국 공연 논란은 중국이 해외에서까지 집요하게 보복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와 관련, 중국 외교부는 30일 정례브리핑에서 “단지 개별 사건일 뿐이다. 지난해 한·중을 오간 950만 명 수치는 어떻게 된 건가”라며 사드와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