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선 이민법을 둘러싼 격렬한 논쟁이 연일 끊이지 않고 있다. 언젠가는 한국으로 귀국할 것으로 기대되는 한인 ‘유학생’으로써 이민법 논쟁은 먼 일처럼 느껴지기 일쑤다. 그러나 우리에게 이민법은 먼 나라 불구경일 뿐인 일일까? 왜 우리는 이민법에 관심을 기울이고, 정치적인 목소리를 내야 하는 것일까? 사실, 답은 그렇게 멀리 있지 않은 듯했다. 이민법은 우리가 미국에서 ‘외국인’으로 거주하고자 하는 한, 우리네 일상의 곳곳에서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DACA 폐지 논란? DACA가 무엇이길래?
2년 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45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물론 승리의 쾌감에 젖은 유권자들도 다수였겠지만, 각계각층에서는 우려의 목소리 또한 터져 나왔다. 특히 여성, 성 소수자, 인종적 소수자, 이민자, 서류 미비자 등 소위 ‘사회적 소수자’ 라고 불리는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후보 시절 여과 없이 내비친 일부 혐오발언 때문에 트럼프 정부의 행보를 걱정했다. 예컨대, 그는 오바마 정부의 업적이라고 불리는 추방유예 정책 폐기하겠다는 선언을 통해 이민자 커뮤니티를 공포 속에 몰아넣었다.
추방유예 (DACA)는 2012년도에 오바마 정부가 발표한 정책으로써 일부 서류 미비자 청년들에게 추방을 잠시 유예해주는 혜택과 함께 노동허가증을 발급해주는 역할을 수행했다. 그러나 이민자 커뮤니티의 기우가 적중했다. 트럼프 정부는 지난해 9월, 추방유예 프로그램을 폐지한다는 결정을 발표했다. 이미 미국에서 합법적으로 교육을 받고, 일을 하고 있는 이들이 하루아침에 추방의 위기를 맞이한 것이다. 다행히 뉴욕 동부 연방법원은 지난달 13일, 추방유예 프로그램을 폐지한 트럼프 대통령과 연방법무부의 결정을 잠정금지하는 예비 명령을 내렸으며, 이로 인해 DACA 폐지 결정은 본 재판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는 잠정적으로 중단되었다.
이민 개혁, 왜 필요한 것인가?
미국의 이민시스템은 붕괴하였고 그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사실 정치권에서 여야를 막론하는 공통적인 주장이다. 이는 단지 서류미비 이민자에게만 해당되는 문제는 아니다. 많은 시민권자 또한 서류미비자인 부모가 추방을 당하면 생이별의 아픔을 경험할 수밖에 없다. 이민법 상 이들이 사랑하는 가족과 재결합을 하기까지 짧게는 10년, 길게는 평생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있다. 미국이 보호해줘야 할 의무가 있고, 미국 시민으로서 자신의 가족과 함께 조국에서 거주할 권리가 있는 국민임에도 말이다. 또한, 미국인 남편의 난폭한 폭력을 견디지 못해 딸과 함께 한국으로 도망쳤던 한인 이민자가 미국으로 재입국하면서 남편의 고의적인 신고로 수감돼 추방의 위기에 놓이게 된 사례가 있다.
더 나아가, 이민법에 대한 무관심은 인종차별의 구조적 제도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공화당은 이민자에게 적대적인 정치를 펼쳐온 정당인데, 이들은 반 이민 법안을 여럿 차례 발의한 경력이 있다. 반 이민 법안의 대표적인 예로 꼽히는 아리조나 주의 SB 1070 법안은 서류미비자라고 적절한 의심이 들 경우 주 경찰에게 체포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주는 법안이다. SB 1070과 같은 법안은 피부색이나 인종 등을 기반으로 이민자를 범죄화할 수 있는 인종차별적 정책이라고 비난을 받아왔다.
이러한 이민법의 동향은 한인 커뮤니티에도 큰 영향을 미쳐왔다. 미 이민국 자료에 따라 7명의 한인 이민자 중 한 명 꼴로 서류미비자라는 통계가 나온 가운데 반 이민법 제정으로 인해 한인 서류 미비자 뿐만 아닌 합법 이민자들도 큰 피해를 볼 수 있는 것이 이민자 권익 단체들의 의견이다. 특히 이러한 반 이민 법안은 한인 이민 사회에서 소외되고 있는 서류미비자들에게 크나큰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타 이민자 커뮤니티에 비해 적은 관심을 받고 있는 한인 서류미비자들은 언제 추방 될 지 모르는 두려움에 휩싸인 채 우리 곁에 존재하고 있다. 포괄적 이민 개혁의 지속되는 실패로 좌절하고 있는 한인 서류미비자들에게 우리의 지속된 관심과 지지가 필요한 때이다.
진민균 학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