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도 당연한 소리겠지만, 코로나-19는 직장인들부터 학생들까지 현재 이 시국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생활방식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평소 당연시 여겨지던 많고 사소한 행동 및 습관들이 철저한 제한을 받게 되었고, 그로 인해 우리 사회는 인류의 안전과 미래를 위해 바뀌어야만 했다. 미국에서 그저 열심히 공부하던 대학생들 또한 예외는 아니다. 대학 교정을 거닐던 두 다리는 이제 책상 밑을 떠날 줄을 모르고, 새로운 만남과 배우고자 하는 열정에 들뜨던 가슴은 반복된 일상에 지쳐 무뎌지고 말았다. 대략 1년 전, 이 무시무시한 질병이 세계를 덮치기 전인 2019년 11월 20일, 나는 미국의 대학교에서 어떤 하루를 살고 있었는지 지금 2020년 11월 20일 나의 하루와 비교해 보겠다.
11.20.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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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 7시 정각에 기상하여 학교 내에 구비되어 있는 체육관으로 운동을 하러 갔다. 정오가 넘어가면 대부분의 운동기구들이 바글바글한 사람들 틈에서 자리가 날 기미가 보이지 않을 것을 알기에 대개 한산한 이른 아침에 기숙사 문을 나선다. 이날 첫 강의는 12시였지만, 다음날 있을 화학 실습 시간에 필요한 문서들을 읽고 난 후 수업과 관련된 짧은 문제들을 풀어야 했기에 서둘러야 했다.
- 오후
- 첫 강의가 끝난 후 대충 시간이 맞는 친구들과 학식을 먹으러 구내식당으로 향했다. 보통 1시 언저리에 도착을 하게 되는데, 이 시간엔 항상 사람들이 몰려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운이 좋으면 여유 있게 테이블 한쪽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다음 화학 강의까지 시간이 있어 식사를 끝내고 난 후 자리에 머물러 잡담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 저녁
- 2시 30분부터 7시까지 줄지어 있는 강의들을 모두 숨 가쁘게 끝내고 동아리 활동에 참석했다. 그 후 늦은 시각, 도서관에서 다음날 일정을 정리하고,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화학 시험 준비에 몰두했다.
1년 후, 11.20.2020
- 아침
- 코로나로 인해 집에서 온라인으로 강의를 듣기 시작한 후의 기상 시간은 복불복이다. 아침 운동은 여전히 습관화되어 가끔 실천하지만, 일주일에 서너 번, 학교 다닐 때와 비교했을 때 그다지 규칙적이지 못하다. 9시경 느지막이 기상한 후 평소 잘 읽지 못했던 책을 읽고, 이틀 내내 매달렸던 에너지 산업 에세이를 마저 쓰기 시작했다.
- 오후
- 3~4시쯤이 가장 고비다. 이쯤 됐으면 적응이 될 만도 한데. 견딜 수 없는 따분함, 그리고 반복되는 생활 패턴에 무기력함을 느낀다. 오랜 시간을 투자한 과제물이나 시험을 끝내면 1년 전에 느꼈던 비슷한 성취감을 느끼지만, 그때 그 감정의 깊이와는 달리 상당히 얕게 밀려오는 듯하다.
- 저녁
- 별다른 시간 제약이 없기에 새벽까지 에세이를 써 내려갔다. 그 후, 다음날 마저 끝내야 할 과제들을 계획표에 적어놓고 잠을 청한다. 하루의 대부분을 노트북 화면을 쳐다보던 내 눈은 저녁쯤이 되면 안개가 낀 것처럼 침침해진다. 기숙사 방에서 누우면 바로 숙면이던 습관은 이제 집에서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어느 시간에 자고 일어나든 다음날 맞이하는 하루는 거기서 거기일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대학교 생활보다 지금의 생활이 단조로워졌다고 해서 나쁜 습관만 잔뜩 배어든 것은 아니다. 앞서 말했듯이 책을 읽을 시간이 생겼고, 삶의 여유를 어느 정도 찾았으며, 자기계발에 더욱 힘쓰게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앞으로도 이런 방식으로 살아가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호사다마”라는 말이 있듯이, 지금 이 상황은 곧 있을 인류 사회의 발전을 위해 통과해야 하는 관문이라고 생각한다. 한마음 한뜻으로, 좋은 결과를 기대하며 공동체의 연합을 우선시한다면 지금 우리가 간절히 그리는 1년 전의 그날로 되돌아가는 것은 시간문제이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