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의 팬이라면 꼭 봐야 할 영화가 나왔다. 10월 13일(한국 기준 11월 3일)에 개봉한 <테일러 스위프트: 디 에라스 투어>다. 올해 북미에서 진행됐던 공연을 녹화해 영화로 선보인 것이다. 팬들의 열렬한 수요에 비해 콘서트 석이 턱없이 부족했던 탓이다. 티켓 판매 사이트가 거듭 먹통이 되고 표 재판매 가격이 최대 4천만 원으로 치솟는 둥 웃지 못할 일들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가까운 영화관에서도 콘서트에 가는 기분을 즐길 수 있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미국을 대표하는 여가수다. 데뷔한 지 18년 차임에도 불구하고 음악을 향한 열정과 인기가 식지 않는다. 신인들의 화제성을 가볍게 뛰어넘는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늘 새로운 모습으로 대중 앞에 선다. 컨트리, 팝, 인디 포크, 얼터너티브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모든 곡을 작사 작곡함으로써 대중은 물론 평론가들의 마음마저 사로잡았다. 솔직하고 깊이 있는 가사도 그가 꾸준한 사랑을 받는 이유 중 하나이다.
5년 만에 열린 이번 콘서트는 여태의 것과 크게 차별화됐다. 그동안 발매한 10개의 정규 앨범을 앨범 콘셉트별로 연달아 보여주는 무대라는 점에서다. 45개의 곡을 공연하다 보니 상영시간도 2시간 49분으로 긴 편이다. 그러나 지루할 틈 없는 3시간이다.
어떤 노래가 나올지 궁금하다면 곡 목록(set list)을 미리 확인하자. 그러나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만끽하고 싶다면 기대에 부푼 마음만 가져가도 좋다. 앨범 콘셉트별로 달라지는 무대 장치와 의상은 물론 댄서들과의 호흡도 또 하나의 볼거리다. 카메라 앵글은 그의 모습과 전체적인 무대, 관객석을 고르게 담아 실제 콘서트보다 훨씬 높은 차원의 몰입감을 준다. 음향도 현장감을 최대한 구현해 실제로 콘서트에 와있는 것 같은 착각을 준다.
콘서트에서만 느낄 수 있는 즐거움 중 하나는 각지에서 온 다른 팬들과 한마음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보통이라면 침묵이 가득했을 영화관이 이번만큼은 달랐다. 감탄과 행복한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콘서트 관중석이 되었다. 노래를 따라 불러도 좋다. 민폐가 아닌 오히려 흥을 돋우는 요소가 된다. 그의 대표곡 ‘셰익 잇 오프(Shake it off)’가 흘러나올 땐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 음악에 자유롭게 몸을 맡겼다.
북미 기준 영화 값은 어른은 19.89달러(약 2만 6천 원), 노인과 어린이는 13.13달러(약 1만 7천 원)다. 이 숫자들에도 특별한 의미가 담겨있다. 그가 태어난 해이자 5번째 정규 앨범 이름인 <1989>를 상징하는 것이고, 13은 그의 행운의 숫자다. 2023년 영화표 평균 가격이 10.53달러(약 1만 3천원)인 것에 비하면 조금은 가격대가 있지만, 그만큼의 값어치가 있는 영화다.
영화 관람 시기를 놓쳤거나 재관람을 원하는 팬들을 위한 기쁜 소식이 있다. 그의 생일인 12월 13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사이트(아마존 프라임, 유튜브 등)에 영화가 업로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