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LA지역의 관심사가 야구로 다시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얼마 전 3년 연속 지구 우승 타이틀을 거머쥔 LA Dodgers 구단 (이하 다저스) 때문인데요, 구단 역사상 전례가 없던 대기록이라고 합니다. 다저스는 한국인들에게도 꽤나 친숙한 구단인데요, 1994년 최초의 한국인 메이저리거 박찬호 선수를 비롯해 2004~05년도의 최희섭 선수, 06년도의 서재응 선수, 그리고 현재 부상 중이지만 지금까지 빼어난 활약을 보여준 류현진 선수까지 많은 한국인 선수들이 몸을 담았던 팀이기도 하고, 한인 사회가 비교적 크게 형성되어 있는 LA 지역을 연고로 하는 팀이다 보니 리그의 타 구단들에 비해 한국인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가장 팬이 많은 스포츠 구단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이번 기업방문을 통해 유서 깊은 다저스 구단에 대해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은 것들에 대해 들을 수 있었습니다.
다저스 구단은 1883년 뉴욕 브루클린에서 브루클린 애틀랜틱스 (Brooklyn Atlantics)라는 이름으로 출발했습니다. 그 이후로 구단명이 종종 바뀌었지만 1932년에 브루클린 다저스라는 이름을 사용하기 시작하고, 1958년 로스엔젤레스로 연고지를 옮긴 이후 현재까지 계속 다저스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100년이 넘는 오래된 역사와 월드 시리즈 우승 6회에 빛나는 명문구단인 다저스는 1947년 최초의 흑인 선수 재키 로빈슨의 팀이기도 하고 한국인 최초 메이저리거인 박찬호선수 역시 다저스에서 데뷔하는 등 가장 진취적이고 개혁적인 시도를 많이 한 구단이기도 합니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다저 스타디움은 1962년부터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58년에 연고지를 옮긴 후로 4년 동안은 로스엔젤레스 메모리얼 콜로세움에서 경기를 했다고 합니다. 최대 56,000명의 관중을 들일 수 있는 다저 스타디움은 현재 사용되는 메이저리그 구장 중에서 가장 수용능력이 큰 구장입니다. 그만큼 경기가 있을 때마다 관중이 가장 많이 찾아오는 구장이기도 합니다. 특이한 점이라면 다저 스타디움은 주차장까지 모두 다저스 구단의 소유로 되어 있는데, 다른 구단들의 경우에는 대부분 시의 소유로 되어 있는 구장을 사용하는 것과는 상반되는 부분입니다.
구장에 대해서 가장 놀라웠던 사실은 전체 게임 티켓 중 80%정도가 시즌권으로 미리 팔려나간다는 것이였습니다. 시즌권은 그 시즌의 모든 경기 티켓을 약 70~80%의 가격으로 한번에 사는 것을 말하는데, 이 사들인 티켓으로 직접 경기를 보러 가기도 하지만 상당수는 재판매가 된다고 합니다. 일반 경기 티켓은 제값을 받고 팔거나 산 가격대로 팔고, 인기가 많은 경기(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나 LA 에인절스와의 라이벌전 등)의 티켓은 더 비싸게 받고 파는 식으로 돈을 버는 것을 전문 직업으로 하는 사람도 있다고 하니 재판매 시장의 규모는 생각보다 큰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다저스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경우 포스트시즌 티켓들은 정규시즌 시즌권 홀더들에게 먼저 구매 기회가 주어진다고 하니 다저스 구단이 성적이 좋을수록 시즌권 매출도 더 올라가지 싶습니다.
구장 내의 음식에 대해서도 재미있는 점이 있었습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선수단과 구장 내에서 구매할 수 있는 음식은 따로 만들어집니다. 구장 덕아웃 뒤쪽에 선수단 전담 셰프들이 영양가 있는 음식을 만들며 심지어는 주스를 만드는 사람까지 따로 있다고 합니다. 반면 상대팀 덕아웃에 제공되는 음식은 피자, 햄버거 등 경기에 그다지 도움이 안 되는 음식이 많다고 합니다. 맛은 있다고 하지만 맛있다고 많이 먹게 되면 경기에 영향이 아무래도 가게 되니 이것을 노리고 음식을 제공한다고 하네요. 게다가 선수들의 워밍업 시간은 홈 팀은 경기 시작 한두시간 전에 몸풀기를 끝내고, 먹을 것도 먹고 충분히 소화할 시간이 주어지지만 원정팀에게는 몸풀기와 음식 먹을 시간이 아무래도 불편하게 배정됩니다. 이런 세세한 곳까지 최대한 승률을 끌어올리려고 하는 전략이 숨어있다는 것은 놀랍기만 했습니다. 하지만 딱히 규제가 들어가지 않는 것이 1년 모든 경기 중 반을 홈 경기, 반을 원정 경기로 치르게 되는데 홈 구장에서 상대팀에게 주는 불이익을 원정 경기 때 똑같이 받게 되어 그렇다고 합니다.
반면에 관객들이 구장 내에서 구매할 수 있는 음식들은 외주 업체에서 만든다고 합니다. 약간 조사를 해 보니 다저스 구장의 명물 핫도그인 Dodger Dog은 80년대 초반까지는 구장에서 직접 수제로 만들었지만 그 후로는 Farmer John이라는 회사에 위탁하여 납품받아 파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 당시의 이름값 때문에 아직 인기가 많지만 여느 핫도그와는 다르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하네요.
이처럼 다저스 구단과 구장에 대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고 여러 모로 유익한 시간이 되었던 다저스 기업 방문 행사였습니다. 구단 관계자로 나오신 마틴 김씨도 열정적이셨고 평소에 큰 야구 팬이 아니신 분들의 질문들은 또 다른 정보에 대해 알 수 있었습니다. 대중에게는 다소 생소한 선수단이 아닌 다저스 자체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된 좋은 기회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