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혜민 기자] 사는게 힘들었고, 도무지 답이 보이지 않는 문제들에 머리가 아팠고, 빡빡하고 텁텁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민화협 해외협의회 전체회의가 제주도에서 열릴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가슴에 손을 얹고 솔직히 말하자면,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제주도’였지 ‘회의’가 아니었다. 출발 날짜가 다가올 수록 제주도에 간다며 들떠 있었고, 친구들에게 ‘혹시 내가 보이지 않으면 제주도에서 돌아오지 않은 것이니 그렇게 알라’고 농담까지 던졌더랬다. 2016 민화협 해외협의회 전체회의의 셋째 날은 그토록 내가 고대해 왔던 제주도 관광 일정이었다.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제주 4.3 평화공원이었다. 제주 4.3 사건 때 희생된 민간인들의 넋을 기리고 추모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으로 끝없이 이어지던 희생자들의 이름들이 새겨진 비들이 아름다운 제주도 풍광과 대비돼 더욱 슬퍼 보였다.
다음으로 이동한 곳은 제주 산굼부리였는데, 천연기념물 제 263호로 국내 유일의 마르형 화구라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화구보다는 가는 길에 펼쳐진 억새밭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인생샷을 건졌던 산굼부리의 억새밭을 뒤로 하고 서귀포 유람선을 타러 이동했다.
유람선 안내 방송을 하시는 분께서 디스코 팡팡 디제이가 전직이셨나 싶으실 정도로 재미있게 해 주셔서 눈과 귀가 즐거운 시간 이었다. 일렁이는 파도와, 거친 바람을 헤치고 열심히 찍어대던 셀카들과, 절경이었던 절벽들이 기억에 남는다.
유람선에서 내려서 이동한 곳은 제주 민속 오일장이었다. 생각보다 큰 시장 규모에 깜짝 놀랬었다. 여느 시장처럼 시끌벅적하니 사람 사는 소리가 들려 정겨웠다. 이것이 여행 마지막 일정이었기 때문에 돌아가서 만나게 될 사람들을 생각하며 제주도 초콜릿을 쇼핑백 한가득 담아왔다.
저녁 환송 만찬을 끝으로 2016 민화협 해외협의회 전체회의 일정이 모두 끝났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벌써 모든 일정이 끝났다는게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정말 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 출발하기 전에는 한국도 아닌 해외에 거주하고 계신 분들이 모여 통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과연 얼마나 유효한 일인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있었는데, 통일이 우리가 앞으로 곧 직면하게 될 과제라면, 국내에 있는 사람들 뿐만이 아니라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동포들까지 많은 사람들이 함께 생각하고 고민해 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물론 해외에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역할들 또한 분명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처럼 남북 관계가 경직된 상황에서 한국 내에서 보다는 좀더 자유롭게 북한과 통일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 속에서 해외 동포들이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통일 뿐만이 아니라 해외 각지에서 오신 분들을 만나 뵙게 되면서 정말 많은 것들을 보고 배우고 느낄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고, 앞으로 민화협에서 이처럼 통일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장을 더 많이 만들어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