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올해도 겨울이 왔구나’를 실감하는 풍경이 있어요. 이제는 보기 귀해진 장면이지만 지하철 출구 옆 모퉁이에서 붕어빵이나 골목길에서 군밤을 팔기 시작할 때처럼요. 개인적으로는 유학 시절 집마다 각자의 레시피로 뱅쇼를 끓여 놓는 모습을 볼 때나 주변 카페에 ‘뱅쇼’ 메뉴가 걸릴 때 즈음도 그렇죠.
이제는 한국에서도 뱅쇼를 만들어 즐기는 캠핑족도 많고 카페에서도 계절 한정 메뉴로 이 메뉴를 많이 선보이는 것 같아요. 특히 뱅쇼의 붉은 색은 크리스마스의 이미지와도 잘 어울려 12월이 되면 한 번쯤은 꼭 만들어 보게 되는 음료에요.
만드는 방법도 간단해요. 오렌지나 레몬 같은 새콤한 과일, 와인과 향신료 몇 가지를 넣고 푹 데워주면 끝이죠. 만들기는 간편하지만 한 번 만들어 놓으면 겨우내 우리의 몸을 따뜻하게 해주니, 이 점 때문에 점점 뱅쇼의 매력에 빠지는 분들이 해마다 느는 것 같아요.
프랑스어로 뱅(vin, 와인)과 쇼(chaud, 따뜻한) 라는 이름에서도 바로 알 수 있듯 뱅쇼는 레드 와인을 베이스로 따뜻하게 데운 음료에요. 우리나라에서 추울 때 배숙이나 생강차를 만들어 마시며 몸을 보호하듯 북유럽 지역에서는 따뜻한 뱅쇼로 환절기 감기를 예방하고 기력을 회복해왔다고 해요. 서양식 천연 감기약이죠. 향신료로 들어가는 계피나 정향도 우리 몸의 체온을 올려주고 혈액 순환에 도움을 주는 재료이니 겨우내 두고 마시는 감기 예방 음료로도 손색없고요.
뱅쇼에 들어가는 대표 재료로는 와인, 오렌지, 계피 스틱, 정향, 팔각 회향을 꼽을 수 있어요. 여기에 오렌지 대신 귤이나 사과, 배 등 집에 있는 새콤한 과일을 추가해 넣거나 조금 더 새콤함을 원한다면 레몬이나 라임을 곁들여도 좋아요. 오렌지를 깨끗이 씻어 얇게 슬라이스 하거나 껍질을 필러로 벗겨 잘라주면 재료 준비는 끝이에요.
약불에 와인을 서서히 데워먹는 음료니 비싼 와인을 살 필요가 없어요. 마트나 편의점에서 가장 저렴한 와인으로 골라 주세요. 하지만 집에서 먹다 남아 공기 중에 장시간 노출된 와인이나 빈티지가 오래돼 너무 묵은 와인, 오크에서 오랫동안 숙성된 와인은 뱅쇼의 맛을 텁텁하게 만들 수 있으니 추천하지 않아요.
“센 불에 팔팔 끓이는 것이 아닌, 천천히 우려낸다는 느낌으로 모든 재료를 냄비에 넣고 약불에서 충분히 우리는 것이 중요해요. 여기에 기호에 따라 설탕이나 꿀을 넣어 신맛을 중화시키면 조금 더 달콤한 뱅쇼를 맛볼 수 있어요. 과일과 향신료는 체에 밭쳐 와인만 걸러주고 완성된 뱅쇼는 냉장고에 보관한 뒤 먹기 전 살짝 데워주면 돼요.”
재료 준비
재료 : 레드 와인 1병(750mL), 오렌지 1개, 레몬 1개, 설탕 10큰술 (약 1/2컵)
향신료 : 시나몬 스틱 3개, 정향 5개, 팔각 회향 2개
만드는 법
1. 오렌지와 레몬은 깨끗이 씻어 0.5㎜ 정도 두께로 얇게 썬다.
2. 냄비에 와인, 오렌지, 레몬, 설탕, 향신료를 넣고 설탕이 녹을 정도의 중약불에서 5분 동안 끓인다.
3. 냄비 가장자리에 기포가 조금씩 올라오기 시작하면 바로 약불로 줄여 20분간 뭉근히 끓인다.
4. 불을 끈 뒤 냄비 뚜껑을 덮고 30분 정도 둔다.
5. 과일과 향신료는 그물망에 받쳐 걸러주고 남은 뱅쇼는 냉장 보관 뒤 살짝 데워 마신다.
신혜원 cooki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