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늦가을이 찾아오면 고등학생들과 그들의 부모는 대학 진학이라는 크고 중요한 고민거리와 마주하게 된다. 관심 있는 분야에서 전문적인 지식을 쌓고 싶은 학생들은 대학교에 진학하여 자신의 꿈을 찾고 펼치기를 희망할 것이다. 그런 수험생들에게 성적 관리와 대외 활동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어떤 대학교에 지원하고 진학을 할지 결정하는 것이다.
미국의 대학교는 크게 종합 공립대학교, 종합 사립대학교, 리버럴 아츠 칼리지, 커뮤니티 칼리지도 나뉜다. 한국인 학생들에게는 이 중 리버럴 아츠 칼리지가 낯설게 느껴질 것이다. 리버럴 아츠 칼리지는 어떤 학교이고 왜 고려해 볼만한 가치가 있을까?
리버럴 아츠 칼리지는 폭넓은 경험을 통한 사고력 향상을 중요시하고 균형 잡힌 교육을 철학으로 삼기 때문에 재학생들에게는 다양한 과목의 수업을 수강하는 것이 요구된다. 진학할 때 전공을 선택하지 않아도 되고, 심지어 전공은 1~2년 정도 관심이 가는 다양한 분야의 수업을 수강한 뒤에 결정하여 신청하는 것이 권장된다.
학생이 공부하고자 하는 분야가 어떠한 하나의 전공에 꼭 맞지 않는다고 판단되었을 때에는 직접 특별한 전공을 설계하여 자신만의 전공을 가질 수도 있다. 전공을 신청한 뒤에도 전공을 바꾸는 것이 복잡하거나 어렵지 않다. 리버럴 아츠 칼리지에서는 학생의 열정을 가지고 배우려는 자세가 가장 존중된다.
몇몇 기초 과목 강의를 제외한 대부분의 강의는 수강하는 학생 수가 적다. 교수 한 명이 담당하는 학생의 수는 리버럴 아츠 칼리지에서 가장 적다. 25명이 수강하는 수업에서도 “리버럴 아츠 칼리지 수업이 맞느냐”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그만큼 적극적으로 토론에 참여하고, 다른 학생들과 교류하고, 교수와 더 깊이 있는 공부를 하기에 적합하다.
교수들도 학생들의 이름을 외우려는 노력을 넘어 한명 한명 알아갈 수 있으므로 모든 학생이 성공적으로 학기를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는 범위도 상당히 넓다. 교수들은 오피스 아워(office hour)라는 시간을 따로 정해두어 사전 약속 없이도 학생들이 직접 찾아와 대화할 수 있도록 하기도 한다.
리버럴 아츠 칼리지에서 교수의 역할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과 연구하는 것이 거의 비슷한 비율을 차지한다. 기초 수업은 물론 실험까지 정교수가 강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므로 학생들은 교수들과 직접 소통하고 배우는 것이 수월하고, 개인적으로 알아갈 수 있는 기회가 많다. 그렇다고 해서 연구가 교수의 역할 대부분을 차지하지 않기 때문에 학부생으로서 연구 활동에 참여하기 힘들다는 것은 편견이다. 교수들과의 직접적인 소통과 개인적인 멘토링 덕분에 연구 활동의 경험뿐만 아니라 학생이 앞으로 어떤 분야에서 공부하고 싶은지 교수와 함께 고민하고 지도받을 수 있다.
리버럴 아츠 칼리지는 학부 과정에 집중하기 때문에 학부 과정이 대학원 과정보다 규모가 크다. 그만큼 학부생으로서는 학교의 지원을 충분히 받을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대학원생 중에도 리버럴 아츠 칼리지 졸업생이 상당수를 차지한다.
대학 생활 중 다른 학생들과 끈끈한 교류 덕에 졸업하고 나서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게 되는 경우가 많고 이는 후배들에게 도움을 주려고 손을 내미는 커다란 공동체 형성으로 이어진다. 장학금과 후원금은 물론, 학교를 찾아와 재학생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지고 경험을 공유한다. 관심 분야를 경험해 보고 싶거나 인턴십을 찾을 때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고등학생으로서 대학교에서 어떤 전공을 공부할 것인지에 확신을 가지는 것은 힘든 일이다. 확신이 있다고 하더라도, 더 깊이 있게 공부를 하다 본인이 생각했던 길이 아니라고 느낄 확률도 낮지 않다. 다양한 분야를 경험하고 나 자신을 찾는 여행을 기대하는 학생들에게는 많은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 대학 졸업 후에도 어떤 일이든 해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고 싶다면 리버럴 아츠 칼리지 진학을 고려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