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국으로 교환학생을 다녀온 한 미국 친구가 한국에서는 왜 성형수술을 많이 받냐고 물은 적이 있다. 한국 사람 중에 자기를 뚱뚱하다고 놀린 사람도 있다며 왜 이리 한국 사람들이 남들 시선에 쓸데없이 신경을 쓰냐며 불평을 늘어놓기도 했다.
일단 친구에게 뚱뚱하다고 놀림을 당한 것에 대해서는 유감이라고 얘기했지만 성형수술이 크게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필자는 오히려 한국 사람들이 미국 사람들보다 성형수술에 대해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내가 지금까지 유학생활을 하면서 가장 이질감을 느꼈던 부분이 남들의 시선에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하는 미국인들의 근거 없는(?) 자신감 때문이었던 것 같다. 기숙사 생활을 할 때도 겉으로는 표현하지 않았지만 남의 시선에 신경 쓰지 않고 그냥 아무 옷이나 자신감 있게 입고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미국 룸메이트들의 모습이 좀 현실적이지 못하고 둔하다고 생각했던 적도 많았다.
미국에서는 일반적으로 성형수술을 일종의 나약함으로 보는듯하다. 성형수술을 부끄러워해야 할 무언가로 여기기 때문에 성형수술을 아예 하지 않는 게 좋은 것이고, 만약 했다 하더라도 아무도 그 사실을 알지 못하게 하기 위해 주제 자체를 꺼내지 않으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성형수술을 받았더라도 그 사실을 개방적으로 알리고 또 성형수술이라는 주제 자체에 대해서도 더 개방적으로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국에서는 다른 사람이 자신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는지 신경 쓰는 것은 나쁘다는 관념이 있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치게끔 내버려 두는 것을 나약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군가가 나를 멍청하다고 놀리거나 못생겼다고 놀린다면 그런 말을 한 사람이 쓰레기이므로 무시해버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식의 사고방식에 길들여져서인지 많은 미국인들은 독립적이고 행복한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신경 쓰지 말아야 한다고 믿는다.
사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에 늘 신경 써야 하는 한국 문화에 회의를 느꼈던 나도 한때 이런 미국인들의 사고방식이 멋있다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다시 생각을 해보니 남의 시선을 아예 신경 쓰지 않고서는 살 수 없는 게 현실인 것 같다.
남들이 어떻게 보든 내가 좋을 대로 행동하면 된다는 관념 때문인지 영어에서는 ‘시선’이라는 단어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문제는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기에 대해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신경을 쓰게 되어 있다. 아무리 시선을 중요시 여기지 말아야 한다고 교육받았더라도 남들이 자기에 대한 얘기를 했을 때, 아예 관심을 갖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는 한국 사람들이 미국 사람들보다 훨씬 현실적이다. 예를 들어 마음에 드는 여자가 있다고 해보자. 단순히 생각해도 이럴 경우에는 당연히 외모에 신경을 쓰는 게 맞다. 외모를 가꾸는 것이 가꾸지 않는 것보다 사귀게 될 확률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케이팝 아이돌에 대해 소개했더니 남자 아이돌들이 왜 이리 게이처럼 옷을 입냐고 물어봤던 기숙사 룸메가 생각난다. 그 친구는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자기를 보든 간에 신경 쓰지 않는 게 남자다운 거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그 친구도 인간이기에 자기가 좋아하는 여자가 생기니 어떤 옷을 입어야 할거 같냐며 내게 문자로 자주 외모에 대한 질문을 하곤 했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다 그러는 게 정상 아닐까.
미국 친구들이 한국에서 성형수술률이 가장 높다는 기사를 보고 놀라워하며 도대체 한국이 뭐가 잘못됐냐는 식의 질문을 할 때마다 나는 그 친구들이 외모가 더 좋길 바란다면 성형수술을 받는 것도 하나의 옵션이라는 점을 망각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미국의 유명한 앵커 줄리 첸 (Julie Chen)은 뛰어난 리포터의 자질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형 이전에는 외모 때문에 방송에 출연하지 못했으나 성형 이후에 방송에 출연하여 유명인사가 되었다고 한다.
(The Talk에서 자신의 성형사실을 고백한 Julie Chen. 출처: Celebrity Plastic Surgery)
이렇듯 성형수술은 한 개인의 인생을 행복하게 바꾸어 줄 수도 있다. 물론 성형중독은 피해야겠지만 어느 정도의 성형을 통해 더 행복한 삶을 살수 있다면 굳이 수술을 받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낄 필요가 있을까. 미국인들이 남들의 눈치에 신경 쓰지 말아야 한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자신들을 정말로 행복하게 만드는 데 방해를 받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이오와 대학교 재학생 김주헌 (skim130@iowa.uiowa.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