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집이나 차에 도둑이 들었다면?
-생생하고 무서운 좀도둑 후기, 도둑 예방하기!-
요즈음 도둑들이 기승이다. 아마 한번쯤은 미국에 살면서 친구나 주변 지인들이 자동차에 유리가 깨졌다거나, 또 심한 경우에는 집에 도둑이 들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적지않게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는 쉽게 일어나지 않는 일이지만, 필자의 경우 미국에서 약 4년정도를 살면서 세차례가령 도둑을 경험했다. 그 때 그 상황에 대한 후기와 대처해아할 팁에 대해 알려주고자 한다.
지금으로부터 약 1년 반 전 4월 경, 어느 한가로운 오후, 나와 룸메이트는 일정을 마치고 집으로 향했다. 그 때부터 나의 미국 생활에서의 악몽은 시작이 된다. 필자는 엘에이 한인타운의 비교적 한인들이 많이 사는 600가구가 넘는 큰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그 아파트에 수없이 걸린 깃발에 쓰여진 luxury apartments라는 글씨가 참 우스워 보였었다. 이 아파트에서 나와 룸메이트는 도둑이 들 수 있을거란 상상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날 집에 도착했을 때, 집의 현관문은 열려져 있었다. 순간 나는 ‘아, 내가 잠그지 않고 갔었나?’ 라고 생각했지만, 열려져 있던 문을 활짝 여는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모든 짐들이 바깥으로 꺼내져 있으며, 서랍과 옷장은 모두 열려져 있었고, 온갖 물품들이 널부러져 있었다. 그것이 나의 첫 도둑의 시작이었다.
일단 눈물이 앞을 가렸다. 막막했다. 내가 아끼고 아끼던 최신 맥북프로부터 시작하여, CANON DSLR, 귀금속, 가방, 시계 등이 사라진 후였고, 남아있는 것이라곤 나의 옷과 가구 뿐이었다. 아주 알차게도 도둑은 서랍 속에서 노트북과 카메라 충전기 조차 사라진 것이었다. 나의 룸메이트 또한 가방, 노트북 및 여권, I-20 조차 사라진 후였다. 나와 룸메이트는 그저 울기 시작했고, 언니로서 나는 룸메이트를 진정시키고 먼저 경찰에 전화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을 집에 홀로 남겨져있던 나의 애완 고양이가 안쓰러웠다.
도둑이 들었다면 최대한 빠르고 침착하게 911에 전화하라.
먼저 경찰에 전화하는 것은 단순하면서도 복잡했다. 일단 흐르는 눈물을 멈추지 못하며 처음에 911에 전화를 했을 때, 나는 서툴게 울면서 도둑이 들었다고 말을 하는데 경찰이 ‘Are you a child?’하고 웃더니 전화를 끊는것이었다. 너무 어이가 없고 서러워서 다시 전화를 걸었고, 차근차근 설명을 했다. 그리고 주소를 원해서 주소를 불렀고, 나와 룸메이트는 어질러진 집에서 가만히 경찰을 기다렸다. 약 2~3시간 후 경찰이 도착했다. 이때 느낀 것은 집에 도둑이 드는건 미국 경찰들에게 아무런 큰 일이 아니라는 것. 그들은 이런 집에드는 좀도둑은 바로 출동해야할 정도의 큰 사건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서류에 잃어버린 물품의 item list를 모델명과 구입날짜와 함께 정확하게 적어라.
이때 나는 경찰이 쓰는 용어도 많이 배운 듯 하다. 단순하게 thief와 robbery의 차이부터 시작하여 말이다. 도둑이 들었을 때 911에서 먼저 해줄 수 있는건 그냥 경찰이 와서 report를 해준다는 정도였다. 다시 말해, 경찰은 도둑을 잡으려고 오지 않는다. 잡을 생각도 없다. 잡기 위해선 내가 따로 detective에게 연락해야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2-3시간 가량 늦게나마 온 경찰은 보통은 고양이도 사라지니 애완묘라도 있음에 감사하게 생각하라며 위로아닌 위로를 해준다. 경찰은 우리집을 어느정도 살펴 본 후 서류를 내민다. 나와 룸메이트의 정보와, 간략한 잃어버린 물품을 적는 ‘item list’서류였다. 이 아이템 리스트를 적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나는 일단 보이는 대로 이 잃어버린 item list를 꼼꼼히 적었다. 모델명, 이름, 구입시기 까지 자세히 적었다. 노트북이나 컴퓨터의 같은 경우에는 시리얼넘버를 무조건 적어야한다. 자세히 가격을 적은 후 보니, 룸메이트와 나와의 손해에 대한 대략적 가격은 10000불 이상이었다. 가슴을 쓸어내리며 일단 몸이라도 안다친게 어디냐며 위안을 가지고 경찰이 적어준 report종이와 함께 item list를 챙겨야 한다.
경찰에게 report 서류를 꼼꼼히 적게하고, 정확한 item list 서류와 함께 안전한 아파트 보험을 이용하라.
여기서 이 report 종이는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종이에는 사건번호 같은 일련의 번호가 있는데, 이 번호와 함께 우리 집에 도둑이 몇시에 들었고, 어떠한 피해를 입었는지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있다. 이 종이로 해야하는 다음의 일은 보험사에 연락하는 것이었다. 다행히도 필자는 아파트에 입주할 때 아파트 보험을 들었다. 1년에 보통 100불에서 200불뿐이 하지 않는다. 아파트를 계약시 집보험으로 들지 않은 유학생들이 있다면 즉시 아파트 보험을 들길 바란다. 처음 아파트 보험을 들 때에는 ‘요즘 세상에 도둑이 어딨겠어?’ 라는 생각으로 제일 저렴한 보험을 들었다. 즉, 내가 집에서 아무리 손해를 받아도 보상금으로 최대 2500불을 받는 보험이었다. 그 당시에는 몇불 아끼자고 아무런 생각이 없이 들었던 가장 낮은 집보험을 들었었다. 하지만 도둑이 들었을 때는 집보험이 이렇게 큰 역할을 할 지 몰랐었다. 차라리 그때 몇불 더 주고 조금 더 큰 보험을 들었어야했는데_라는 생각이 스쳤지만, 일단 잃어버린 손해금이 10000불 이상이었기 때문에, 보험사에 경찰 report와 사건번호, 그리고 item list서류를 제출하였고, 약 한달 후 내가 들었던 보험계약의 최대 limit이었던 2500불을 보상받게 되었다. 보통은 잃어버린 물건들의 중고가격으로 받게되는데, 이미 2500불보다 많은 피해액이 있었기에 최대 보험금인 2500불을 받을 수 있었다.
문단속은 철저히, 집을 구할땐 1층은 피해라.
경찰은 그 후에 한번 집으로 찾아와 지문검사를 실시했다. 이 또한 사실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널부러진 상자에서 발견된 도둑의 손자국은 일반 사람보다 컸기에 경찰은 도둑은 키가 아주 크고 손이 큰 흑인으로 예상된다고 말만 해 주었다. 하지만 장갑을 꼈는지 지문은 남지 않았었다. 도둑은 치밀했고, 계획적 범행으로 보일 수 밖에 없었다. 분명 나와 룸메이트가 몇시에 들어오고 몇시에 나가는지 확실히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이 분명했다. 즉, 계속 확인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아파트가 1층이었던지라 베란다로 들어온 것으로 보였는데, 베란다에 찍힌 발자국에는 경찰은 아예 관심이 없어보였고, 그냥 형식적 검사처럼 느껴져서 많이 속상했다. 그 후로 필자는 절대로 1층집을 구하지 않는다. 당시 나는 전단지도 복도에 붙이고 많은 노력을 하였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문을 2중 3중으로 잠그고 다니는 방법 뿐이었다. 그리고 나무막대기 같은 것으로 비스듬하게유리문사이에 끼어 두거나 하는 4중 5중의 잠금장치를 설치하였다. 그리고 이런 상황일 때일수록, 리징오피스는 나몰라라하는 것은 당연하였다. 리징오피스에서는 전혀 도와주는 것이 없었으며, 심지어 한인 메니저에게 아파트를 나가고싶다는 의견을 보였음에도, 안전장치를 설치해주지도 않았으며, 계약과 어긋난다는 둥 돈을 내고 나가라는 엉뚱한 소리만 하였으며, 아무런 조치를 취해주지 않았다. (엘에이 한인타운에서 나름대로 큰 아파트였음에도 불구하고)
방심하다 또 다시 찾은 도둑
유학 생활이 이렇게 험한 것이구나 새삼 느끼며, 2500불이라도 받은 것에 안도하며 룸메이트와 나는 다시 일상으로 복귀한다. 집에는 신기하게도 무거워서였는지 자전거만은 도둑이 훔쳐가지 않았었다. 첫 도둑이 들고 한달정도 지났을 때, 문득 그 집에 두었던 자전거조차 사라졌음을 안다. 집에 아무도 없을 때, 또 도둑이 든 것이었다. 앞서 있었던 같은 도둑의 소행이었음이 분명했다. 나는 이제는 아무런 감정없이 911에 다시 전화를 하였고, 같은 방식으로 경찰을 불렀다. 경찰이 다시와 상황설명을 했고 report를 하였다. 그때 기억나는 것은 경찰들은 ‘왜 굳이 자전거 잃어버린 일로 우릴 불렀지?’라는 느낌의 기분나쁜 표정들이었다. 하지만 꿋꿋하게 report를 하였고, 바로 보험사에 청구하였다. 약 400불가량의 자전거였지만, 보험사에서는 중고가격으로 100불정도를 받게 되었다.
자동차는 더욱 더 조심! 차가 털렸을 때에도 집 보험을 이용하자.
집이 두 번정도 털리고 나니 우울은 하늘을 치솟고 있었다. 내 물건들을 집에 도저히 둘 수 가 없어 자동차 트렁크에 두고 다녔다. 노트북을 잃어버린 상태라 친구에게 잠시 노트북을 빌렸었고, 지갑과 모든 물건을 나의 자동차 트럭에 두었었다. 이게 내 잘못된 판단이었다. 세번째로, 도둑은 또 다시 아파트 차고(심지어 gate parking이었지만)에 있던 내 차에 보관한 친구의 노트북 및, 지갑, 신분증, 나의 신발, 다시 샀던 가방조차 다시 가져간 것이다. 너무 허탈했다. 심지어 도둑이 심지어 내 카드로 target에서 500불 가량 쓰고 있는 상태였고, 은행에서 계속해서 나에게 전화가 오고있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돈은 은행에서 돌려받고 카드는 막아 주었지만 이미 모든 물건은 사라진 상태였다.
이번에는 차가 털린 상황이라 나는 아무생각 없이 일단 경찰에 전화하지 않고, 자동차를 끌고 경찰서에 직접 찾아갔다. 경찰서에 도착했을 때, 도둑이 내 차 바퀴에 펑크까지 내어 놓은 것도 알아차렸다. 경찰에 직접 갔을때 로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나 또한 기다린 후, 내 차례가 되었을 때, 경찰이 집에 찾아왔었던 것 처럼 같은 방식으로 report를 하였다. 그리고 report종이를 받았다. 나는 도둑을 잡고싶다고 하소연 하였지만 그럴려면 detective에게 따로 연락하거나 다른 부서를 찾아가라고 하였다. 그리고 이런 도둑은 어차피 잡기가 힘들다는 말을 들었다. 혼자 해결하기가 벅차 결국 detective는 만나지 않았다. 그리고 먼저 차 보험사에 전화했다. 하지만 차 보험사에서는 원래 이런 경우는, 특히 아파트 주차장에서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보통 집보험사에서 같이 해결해준다고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결국 또 다시 집 보험에 연락하였고, 같은 방식으로 report를 건냈고, 잃어버린 item list를 작성 하였다. 차 바퀴 또한 바로 바꾸었다. 그리고 몇 달 뒤 보상으로 약 2500불을 다시 받게 되었다. 보험을 그때 차라리 더 비싼걸로 바꿔놓았을 걸 하는 후회도 하면서 말이다.
도둑은 못 잡는다. 예방이 최우선.
기본적으로 필자가 깨달은 사실은 경찰들은 도둑을 잡지 않는다는 것이다. 작년 약 5개월동안 세차례 일어난 도둑은 아무리 보아도 같은 범인임에도 불구하고 경찰들은 report만 할 뿐 잡으려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는다. 만약 더 큰 범죄 예를 들어, 살인이나, 누군가가 다치지 않는 한 경찰은 나서서 굳이 잡지 않는다. 우연히 훔쳐간 나의 노트북을 도둑이 인터넷으로 연결되어 위치 추적이 저절로 되어 잡히지 않는 이상, 절대로 잡을 수가 없다. 정말 가끔가다 잡히는 경우가 있지만, 내 물건을 찾을 가능성은 더더욱 없다고 한다. CCTV가 있다해도 무용지물이다. 내가 살던 아파트는 워낙 커서 로비주위 말고는 복도에 CCTV가 있지 않았다. 있다 하더라도 잡기가 굉장히 힘들다. 그러니 필자가 추천하는 것은 아파트 계약시에 집보험을 제대로 들고, 문단속은 항상 철저히 해야하며, 중요한 물건은 굳이 미국에 두지 않아야한다는 것이다. 또한, 유리나 문에 CCTV 알림표시판을 사서 붙이는 것도 한가지 팁이며, 가까운 매장에서 집에서 쓸만한 작은 카메라를 집에 설치하는 것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