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엔 입장료 ‘공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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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관 204호 전시실은 언제나 관람객들로 북적인다. 맨 오른쪽부터 고흐의 ‘아이리스’, 르누아르의 ‘알베르 까엔느 돈베르스의 초상’, 마네의 ‘봄’. 이들은 세계 각지의 관람객들을 끌어들이는 당대 최고가의 걸작들이다.
서관 204호 전시실은 언제나 관람객들로 북적인다. 맨 오른쪽부터 고흐의 ‘아이리스’, 르누아르의 ‘알베르 까엔느 돈베르스의 초상’, 마네의 ‘봄’. 이들은 세계 각지의 관람객들을 끌어들이는 당대 최고가의 걸작들이다.

개관 시간이 40분이나 남았는데도 이미 40여 명이나 줄지어 있다. 어린이들을 동반한 엄마들과 가족들이 패티오의 그늘에서 입장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노아의 방주’로 유명한 스커볼 문화센터는 매주 목요일은 관람이 무료다. 405번 프리웨이를 따라 나란히 달리는 세펄베다 불러바드를 따라 남쪽으로 5분이면 닿을 수 있는 게티센터는 연중 무료다. 방학맞은 아이들도, 문화에 목마른 엄마들도 이곳에선 하루가 행복하다.

생활 속의 흔한 소품들이 기상천외한 오브제로 변신한 '노아의 방주' 이렇게 빚어진 동물들이 300여 개에 이른다.
생활 속의 흔한 소품들이 기상천외한 오브제로 변신한 ‘노아의 방주’ 이렇게 빚어진 동물들이 300여 개에 이른다.

스커볼 센터(Skirball Cultural Center)

생활 속의 온갖 잡동사니(?)들을 작품의 기상천외한 오브제로 승화시킨 ‘노아의 방주’가 단연 압권이다. 2007년 6월 개관 당시 취재차 들렀다가 꼭 9년만에 아이들과 다시 찾았다. 초등학교 때 들렀다가 이제 대학생이 된 아이들은 오히려 더 신기해한다. 파리채는 홍학 다리로, 쇠스랑은 사슴 뿔로 둔갑했고 쥘부채와 안경은 각각 올빼미와 나비 날개가 됐으니, 그 창의력이 새삼 놀랍다.

뉴욕의 디자이너이자 인형제작자인 크리스 그린을 위시한 여러 디자이너들이 이렇게 빚어낸 동물들이 300여 개에 이른다. 제각기 방주의 안팎에서 관람객들을 맞는다. 아이들은 전기와 바람 등을 일으키는 기구나 미끄럼틀을 타며 이곳을 놀이터로 여기지만 청소년이나 어른들에게 더 반가울 공간이다. 손주들을 따라 온듯한 할머니는 인형 하나하나 만져보며 감탄사를 연발한다.

1996년 첫 일반 공개를 시작한 스커볼 센터는 노아의 방주 외에도 박물관과 공연장, 컨퍼런스 홀, 도서관 등을 갖춘 복합 문화공간이다. 다양한 전시 주제로 눈길을 끄는 박물관에서는 오는 10월 말까지 야구에 관한 전시가 열리고 있다. 행크 그린버그와 조 디마지오, 재키 로빈슨, 스즈키 이치로에 이르기까지의 스타들에 관한 얘기가 펼쳐진다. 무료인 목요일은 정오부터 오후 5시까지인데, 무료 입장권을 받으려면 늦어도 11시 30분까지는 도착해서 줄을 서는 것이 좋다. 8월까지 밤에 열리는 선셋콘서트를 제외하곤 주차도 무료다.

주소:2701 N Sepulveda Blvd, LA

게티 센터(Getty Center)

연중 무료로 최고의 예술작품들을 공개하니 앤젤리노들에겐 최고의 축복이다. 스커볼 센터가 문을 연 이듬해인 1997년 말 문을 열었다. 샌타모니카 산맥의 동쪽 산마루에 자리잡아 LA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으로 사랑받는 이곳은 한국서 방문하는 친지들을 데려가는 필수코스로도 최고인 곳이다.

트램이 도착하는 마당 한켠에는 중국 실크로드의 불교미술을 감상할 수 있는 둔황의 막고굴을 복제해 놓은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실물 크기로 그대로 옮겼다지만 복제물이라 마뜩잖다. 본관 로비에 이르러 한글 안내도와 한글 오디오 가이드를 빌렸다. 신분증만 맡기면 무료다.

1700년대 이전의 예술품을 모아 놓은 북쪽 전시관을 시작으로 동-남-서쪽 전시관이 연대별로 시계방향으로 배치돼 있고, 각각 1층에는 조각 및 장식예술품이 2층에는 회화 중심으로 전시돼 있다. 이외에 특별전시관도 마련돼 있다.

전시품에 관한 전체적인 내용을 알고 싶으면 박물관 입구의 소극장에서 10분 길이의 비디오를 볼 수도 있다.

먼저 북쪽 전시관에서 천사장 가브리엘이 마리아에게 성령으로 잉태하리라고 알리는 보우츠의’수태고지’를 보고, 동쪽전시관에서 렘브란트의 자화상을 만난다. 수많은 명작들이 가득한 전시실이지만, 작가 이름에 먼저 눈이 간다. 교과서에서만 작품을 대해 온 일천한 지식이 탄로나는 스스로도 계면쩍은 순간이다.

드디어 19세기 이후의 낭만, 인상파 거장들의 작품들이 모여있는 서관에 이르렀다. 현대 인류에게 가장 익숙한 고야, 고흐,고갱, 마네, 모네, 세잔느, 드가의 명작들이 전시되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한 전시관이 사람들로 북적인다. 고흐의 ‘아이리스’와 르누아르 ‘산책’,’알베르 까엔느 돈베르스의 초상화’, 마네의 ‘봄’등이 한쪽 벽을 차지하고 있다. 고흐와 마네의 작품은 현재 추정가가 각각 1억 1200만 달러와 6500만 달러에 달하는 초고가의 작품들로도 유명하다. 고흐의 아이리스 앞에는 작품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몰려 행여 작품에 닿을까 보는 내가 아슬아슬하지만 관리인은 바라만 볼 뿐 아무런 제지도 하지 않는다. 그러면 그렇지, 자세히 보니 작품이 유리로 보호돼 있다. 그렇다 보니 작품을 자세히 보려 고개를 돌릴 때마다 반사가 심하다. 거장의 진품을 이렇게 가까이, 그것도 공짜로 볼 수 있는 걸 감지덕지해야 할텐데, 한편으론 쓴웃음이 나온다. 이외에도 폰토르모의 ‘할베디어의 초상’도 6700만 달러라는 거액의 꼬리표가 붙어 있다.

한편, 동쪽전시관(E205)에는 ‘젊음의 약속:렘브란트 감각의 재발견’이란 주제로 새롭게 발견된 렘브란트의 청년기 작품과 그의 영향을 받은 작가들의 작품을 한곳에 모아 전시하고 있다.

수많은 걸작들을 한나절에 다 보자니 주마간산이 따로 없다. 시원한 전시실 가운데 마련된 소파에 느긋하게 앉아 하루를 보낼 날이 그리워진다.

다섯 개의 전시관을 다 보고 나서 가야할 곳은 500여 종의 식물이 서식하고 있는 중앙가든, 중앙의 꽃 미로는 게티센터의 또다른 예술품으로 인정받는 곳이다.

박물관을 차분히 둘러 볼 시간이 없거나, 전문 가이드의 도움을 받고 싶다면 안내데스크로 가면 된다. 그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작품인 게티센터의 건축물 투어, 1시간 짜리 주요 컬렉션 투어, 가든 투어 등 다양한 투어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개관시간은 화~목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금~토 오후 9시까지, 일요일은 오후 7시까지. 월요일은 쉰다. 주차료는 15달러. 오후 3시이후엔 10달러.

주소:1200 Getty Center Dr., LA

글·사진=백종춘 객원기자

출처: 목요일엔 ‘공짜’…게티ㆍ스커볼 센터 나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