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생으로서 학교에 다니며 얻을 수 있는 큰 혜택은 여러 수업을 들으며 지식을 얻고 시각을 넓힐 수 있다는 것이다. 본인은 다양한 종류의 인권, 사회복지, 그리고 정치 문제에 관심이 많아 나름 다양한 시각을 갖고 있다고 줄곧 생각해왔었는데, UC 버클리에서 여러 수업을 이수한 뒤 본인이 굉장히 안일하게 생각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UC 버클리는 1960년대 Free Speech Movement를 시작으로 시민 평등권 운동에 앞장서 왔는데, 이는 학교가 진보적인 성향을 추구한다는 것을 암시한다. 그리고 그 진보적인 성향은 여러 수업에서 분명하게 드러나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사회현상을 바라볼 때 진보 또는 보수의 색안경을 끼고 바라본다면 그 현상을 낱낱이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본인은 그 부분을 우려했었지만, 수업에서는 특정 시각에 치우치지 않고, 사회현상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하였으며 새로운 해결 방법을 모색하도록 유도했다.
주어진 과제를 끝마칠 때마다 혹은 수업에 관련된 책을 읽을 때마다 지적 갈증을 해결해주었던 내가 들었던
BEST 3 수업을 소개하려 한다.
- SOCIOL 140: Politics and Social Change
버클리에서 보내는 첫 학기 수업으로 들었던 사회학 140. 이 수업의 첫 이미지는 ‘매우 무겁다’였다. 주제도 책의 난이도도 첫 학기를 막 시작하던 나에게 너무나도 무겁고 어렵게 느껴졌다. 하지만 수업시간 이외에도 시간을 할애하여 도움을 주시려던 교수님과 조교님 덕분에 2주 차가 지나니 어느덧 흥미로워하며 과제를 하는 나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수업은 노동자 계급을 중심으로 일어난 여러 혁명에 대하여 중점적으로 다뤘는데, 세계적으로 유명한 프랑스 혁명, 러시아 혁명, 중국의 문화 대혁명, 미국 노동조합의 시초와 고투 등 사회 격변의 과정과 결과를 여러 시각으로 해석하였다. 사회적 불균형에 대항하여 일어난 혁명은 불평등 해소를 위한 다양한 정치개혁을 시도하기도 하였는데, 그 개혁과정의 실패와 성공을 살펴보며 사회적 경제적 격차를 줄이기 위해선 어떤 제도와 행정이 기초가 되어야 할지 한층 더 넓어진 시각으로 고민하는 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교수: Cihan Tugal
- LGBT 146: Cultural Representations of Sexuality
이 수업은 지배적인 문화적 사회적 개념이 성 정체성을 얼마나 이분법적으로 국한하며, 그 개념 밖에 있는 소수 성애자가 어떻게 소외되는지 다큐멘터리와 논문 등 다양한 매체로 배울 수 있도록 한다. 사실 소수 성애자를 이해해보자는 선민의식에 가까운 생각으로 수업을 등록했던 본인을 부끄럽게 만들었던 수업이었다.
다수가 가진 성 정체성인 이성애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본인이 소수 성애자보다 얼마나 많은 특권을 누리고 있는지 깨닫게 해주었으며, 내가 알게 모르게 흑과백으로 생각했던 성에 대한 개념이 소수인에게 화살로 돌아가 얼마나 문화적으로 사회적으로 그들을 압박하고 소외시켰는지 이 수업을 듣고 크게 깨달았다. 수업을 들으면 들을수록 성 정체성이 문화적으로 사회적으로 널리 인식된 ‘보통’의 개념을 내면화시키는 것이며, 그 정형화된 개념 아래 우리가 스스로 순응하며 제한적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수업은 퀴어에 관련된 주제에 그치지 않고 종교와 인종 등 사회적으로 빚어진 정형화된 개념으로 인해 사람들의 사고와 생활이 얼마나 제한되는지도 배우게 된다. 지배적인 힘이 얼마나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강요하며 억압하고 있는지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였다.
교수: Se’ Terri Sullivan
- POLECON 101:Contemporary Theories of Political Economy
수학에 약한 본인은 사실 경제학을 선호하는 편이 아니다. 하지만 사회문제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선 경제를 빼놓을 수 없다는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기에, 경제를 좀 더 이론적으로 배울 수 있는 정치경제학 수업을 선택하였다.
이 수업은 크게 케인스주의을 토대로 정부의 규제가 심화한 경제계획과 신자유주의에서 비롯된 규제 없는 경제 자유화를 비교하며 그 과정과 결과를 살펴본다. 이렇게 들으면 굉장히 따분한 주제라고 느껴질 수 있지만, 케인스주의파 학자와 신자유주의파 학자의 서로 싸우는 듯한 학설을 비교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또 다른 주제로는 개발정책과 세계화 속 경제구조를 배운다. 모두가 발전된 환경에서 공평하게 자원을 공유하자는 취지의 개발정책과 세계화정책은 그 좋은 취지아래 후진국가에 대한 선진국가의 착취가 심화하여 각국 간의 불평등을 더욱 초래하는 구조를 나타내었다. 이러한 정치적 경제적 요소가 얽혀 힘의 불균형을 일으키는 구조를 배움으로써 어떤 이론과 정책을 바탕으로 이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을지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게 한다.
얼핏 무겁게 느껴지는 주제를 지루하지 않게 들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 바로 Khalid Kadir이라는 교수님이었다. 본인이 수업 내용이 잘 이해되지 않아 개인적으로 자주 office hours를 방문했고 시간이 얼마나 걸리던 조금 어려운 개념의 쉬운 예를 계속 들어 보이시며 친절하게 알려주고 격려해주셨다. 수업은 경제학의 중요성을 느끼게 해줌과 동시에 경제문제의 해결 이전에는 얽혀 있는 정치적인 문제의 해결이 우선이라는 것도 깨닫게 해주었다.
교수: Khalid Kadi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