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를 돌아다니다 나와 같은 옷을 입은 사람과 마주쳤을 때 기억하시나요? 나름 고르고 골라서 산 옷이 학교 교복이 되어버렸을 때. 이번엔 다른 각도로, 만약 지나가던 낯선 자에게서 나와 같은 냄새가 난다? 다른 건 몰라도 ‘향’만큼은 남들과 공유하고 싶지 않은 마음, 있지 않으신가요? ‘니치 향수’ 는 친구도 쓰고 지나가는 사람도 쓰는 흔한 향수가 아닌, ‘나만의’ 향수를 찾고자 하는 욕구로부터 시작되지 않았을까 합니다.
패션 향수는 어디서 많이 들어봤지만 니치 향수는 조금 생소한 단어가 아닌가 싶습니다. 니치 향수(Niche Perfume)란 무엇일까요?
이탈리아어 “Nicchia”의 의미는 이탈리아에서 수호성인 등을 모셔놓는 벽의 움푹 파인 부분 또는 틈새라는 뜻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틈새시장(Niche Market)에 틈새와 같은 뜻으로 소수의 제한된 사람에게만 판매하는 향수를 뜻한다고 합니다. 즉, 니치 향수는 최상의 원료로 소수의 제한된 고객에게만 만들어진 남들과 다른 나만의 시그니쳐향수라고 합니다.
까다로운 제품일수록 까다로운 요구조건이 붙게 마련입니다. 니치 향수 또한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요구조건이 따라옵니다.
첫 번째로 천연 향료를 사용한 고급 향수여야 합니다. 천연 향료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재료비가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 패션 향수들보다 비쌉니다. 하지만 인조적이지 않고 매력적인 향이 사람의 체취에 반응하여 향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자신만의 향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일반 패션 향수에 들어있는 화학성분이 몸에 좋지 않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계신 가요? 니치 향수는 천연 제품을 사용하기 때문에 몸에 해롭지 않습니다. 또한, 미리 향수에 들어있는 성품을 알 수 있어서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들이 쉽게 향수를 고를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 패션 향수처럼 대량생산을 하지 않고 다수의 사람이 아닌 소수의 사람만을 위한 제품을 만들어야 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향수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클라이브 크리스챤(Clive Christian)처럼 정말 비싼 향수도 있고, 향을 만들기 위해서 엄청난 투자를 하는 회사도 있고, 각 국가에 1점 정도 들어오는 제품들도 있을 정도로 정말 다양합니다.
마지막으로 브랜드 가치를 최우선으로 여기고, 품질, 향, 유통도 최고의 권위로 만들어야 합니다.
니치 향수 회사들은 브랜드 가치를 최우선으로 하기 위해서 광고 및 마케팅을 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오직 향, 품질과 오직 고객들만을 생각한다고 합니다. 그들이 향 이외에 신경 쓰는 건 오직 향수 공병이라고 합니다. 그들에게 향수 공병은 브랜드의 특색을 보여줌과 동시에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몇몇 사람들은 니치 향수를 표현할 때 미술용 팔레트를 예로 들기도 합니다. 패션 향수는 많아 봐야 20~30개 선택지(물감) 중 좋아하는 색만 골라서 팔레트에 옮기면 됩니다. 하지만 니치 향수는 선택지를 본인이 선호하는 색상, 명도, 채도 등의 조합으로 섞어서 자신만의 색을 스케치북(피부)에 표현합니다. 그러므로 절대로 같은 색(향기)이 나올 수가 없습니다.
니치 향수는 시간에 따라 향이 변합니다. 주로 3단계 노트로 나눠서 (Top, Middle, and Base notes) 설명할 수 있습니다. 탑 부분은 (Top or Head notes) 향수를 뿌리고 10분 전후로 나는 첫 느낌을 뜻합니다. 중간 부분은 (Middle or Heart notes) 향수를 뿌리고 30분~1시간 후 나는 중간 느낌으로 향수의 심장으로도 표현합니다. 주로 니치 향수가 표현하고 싶은 부분이기도 합니다. 맨 아랫부분은 (Base notes) 향수를 뿌리고 2~3시간 후 모든 향이 날아가기까지의 마지막 느낌을 일컫습니다. 잔향이라고도 하는데 몇몇 사람들은 잔향을 위해서 니치 향수를 원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후각에 민감해서 누군가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게 그 사람의 냄새가 아닐까 싶습니다. 바야흐로 봄, 설렘의 계절이 다가왔습니다. 누군가에게 평생 잊지 못할 강한 기억을 남기고 싶다면, 누군가에게 지나치는 흔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면 니치향수로 본인만의 특별한 향을 만드는 법도 좋은 방법이 아닐까요?
김민종 학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