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버그 공포…내 질문 목록을 남들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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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가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와 나눈 대화 주제 이력이 타인에게 고스란히 노출되는 오류가 발생했다. 오픈AI가 챗GPT 사용자의 대화에 접근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사생활 침해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글로벌 정보기술(IT) 전문지 기즈모도에 따르면 지난 20일부터 트위터와 레딧 등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챗GPT에 내 것이 아닌 대화 기록이 보인다”는 글과 인증샷이 속속 올라오기 시작했다.

한 레딧 사용자가 공유한 화면 인증샷엔 ‘중국의 사회주의 발전’과 같은 대화 제목 목록이 중국어로 떠 있다. 챗GPT와 사용자 간 대화는 사용자가 나중에 다시 열람할 수 있게 목록화돼 표시창에 저장되는데, 이 중국어 대화 목록은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했다. 사이버 보안 컨설턴트인 조던 휠러도 자신의 트위터에 캡처 화면을 올리면서 “다른 사람의 챗GPT 대화 목록이 내게 유출됐다. 조심하라”고 썼다.

이에 개발사인 오픈AI는 지난 20일 오전 챗GPT 서비스를 일시 종료하고, 이날 오후 늦은 시간에야 대화 기록 표시창을 막아 놓은 채 서비스를 재개했다. 오픈AI의 대변인은 21일 블룸버그통신에 “오류가 수정됐다”며 “익명의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의 버그로 인해 문제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오픈AI의 최고경영자(CEO) 샘 알트먼은 22일 자신의 트위터에 “오류로 인해 일부 사용자들이 다른 사용자와 챗GPT 간 대화 이력을 보게 되는 일이 발생했다”면서 “끔찍한 기분”이라는 글을 남겼다. 회사는 현재 정확한 원인을 조사 중이다.

이번에 유출된 것은 타인의 대화 내용까진 아닌, 표시창에 저장된 대화 주제 이력이었고 누구의 것인지는 드러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 같은 기술적 오류로 인한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즈모도는 “이번 사건은 AI 챗봇과의 대화가 사적 영역이 아니란 사실을 상기시켜준다”면서 “타인, 특히 개발사는 사용자와 챗봇 간 대화에 접근할 수 있다는 암울한 상황에 대한 경고”라고 전했다.

BBC는 챗GPT의 이번 오류가 구글이 챗GPT의 대항마인 AI 챗봇 ‘바드’의 베타 테스터를 언론에 공개한 지 하루 만에 발생했다는 데 주목했다. 매체는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는 급성장 중인 AI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다투고 있다”면서 “신제품 업데이트 및 출시 속도가 빨라지면서 오류가 잦아져 사용자들이 의도치 않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형수(hspark97@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