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비법, 하버드가 85년 파헤쳤다…돈보다 더 중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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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란 무엇인가?’ 이처럼 단순한 질문이 있을까. 사람이라면 누구나 최고의 관심을 쏟는 근원적 물음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런 문제를 제기하는 책이 나왔다면 결론은 너무나 뻔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아니 걱정이 앞선다.

『세상에서 가장 긴 행복 탐구 보고서』(원제 The Good Life)는 쉽게 말해 ‘행복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내놓은 책이다. 그런데 다행히 걱정보다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다. 출세하고, 부자가 되고, 명예를 얻는 게 행복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쯤은 예상이 되지만.

미국 하버드 대학교 건물의 정문에 이 대학의 상징물이 걸려 있다.[로이터=연합뉴스]
미국 하버드 대학교 건물의 정문에 이 대학의 상징물이 걸려 있다.[로이터=연합뉴스]

먼저 내용을 살펴보기에 앞서 어떤 식으로 행복을 정의하고 연구했느냐를 알아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이 책의 근간을 이루는 ‘하버드 의대 성인 발달 연구소’의 행복연구는 미국이 대공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분투하던 무렵인 1938년 보스턴에서 시작됐다.

당시 하버드대 2학년 재학생 268명과 보스턴 도심 빈민 지역 소년 456명을 대상으로 연구 프로젝트가 착수됐다. 지금은 그들의 아내, 자녀 등을 포함해 13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여해 3세대에 걸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인간의 생애에 대한 가장 길고 심층적인 ‘종단(縱斷)연구’이며 또한 과거에 국한된 회고적 연구가 아니라 현재의 삶, 앞으로의 삶까지 탐구하는 전향적(前向的) 연구다.

85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연구가 바탕이 됐다는 점에서 일단 이 책의 공신력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지은이들은 이 연구의 네 번째 책임자와 부책임자다.

저자이자 연구 책임자 로버트 월딩거. 하버드 의대 정신과 교수다. [사진 비즈니스북스]
저자이자 연구 책임자 로버트 월딩거. 하버드 의대 정신과 교수다. [사진 비즈니스북스]

그들은 풍부한 사례를 담고 있는 이 연구의 방법이 ‘과학적’이라고 자신한다. 인터뷰나 설문조사뿐만 아니라 연구에 참여한 사람들의 뇌 스캔, 스트레스 호르몬 측정, 혈액검사 등 다양한 렌즈를 통해 웰빙 상태를 확인했다. 말로만 번듯하게 전하는 행복론이 아니라 인간 성장에 대한 독보적이고도 전례 없는 연구의 결과물인 이 책은 이쯤 되면 그 자체가 행복학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이자 연구 부책임자 마크 슐츠. 브린 모어 대학 심리학 석좌 교수다. [사진 비즈니스북스]
저자이자 연구 부책임자 마크 슐츠. 브린 모어 대학 심리학 석좌 교수다. [사진 비즈니스북스]

일반적으로 돈이 많으면 행복해지기가 쉬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극히 상식적인 얘기지만 그렇다고 그게 모든 진실을 반영하지는 않는다고 ‘하버드 연구’는 분석한다.

하버드대 졸업생들이자 1975년 55세가 된 변호사 존과 고교 교사 레오의 이야기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당시 존은 연 5만 2000달러를, 레오는 연 1만 8000달러를 벌고 있었다. 직업적으로 성공한 존은 가장 행복하지 않은 사람 가운데 한 명이었고, 반면 레오는 자신을 가장 행복하다고 평가한 사람 중 한 명이었다.

그 배경에는 각자의 복잡한 스토리들이 얽혀 있지만 둘의 가장 큰 차이는 인간관계였다. 이 책은 행복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덕목을 가족·친구·직장동료 등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찾고 있다. 좋은 관계야말로 우리를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해 준다는 것이다.

지난달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에서 열린 보스턴 레드삭스와 텍사스 레인저스 간의 야구 경기가 시작될 무렵한 팬이 "나는 행복합니다"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지난달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에서 열린 보스턴 레드삭스와 텍사스 레인저스 간의 야구 경기가 시작될 무렵한 팬이 “나는 행복합니다”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사람은 외로워지면 몸이 아프게 마련이다. 외로운 사람은 남들보다 훨씬 피곤하고 짜증도 잘 낸다. 특히나 노인의 고독은 비만보다 건강에 두 배나 해롭고 만성적인 고독은 사망 확률을 26%나 높이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사랑과 연결, 소속감이 필요하다. 관계활성화가 중요한 이유다.

좋은 관계에 필수적인 관대함은 긍정의 선순환을 불러일으킨다. 다른 사람을 도우면 도움을 받는 사람뿐 아니라 돕는 사람에게도 이익이 된다. 관대한 태도를 취하면 뇌가 좋은 감정을 느낄 준비를 하고 그런 좋은 감정 때문에 미래에 다른 사람을 도울 가능성이 더 커진다고 한다.

관계를 더욱 끈끈하게 만드는 친밀감은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 자발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서로에 대한 사랑과 배려, 소속감, 인간관계 전반에 대한 긍정적인 감정 등은 노력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 친밀감은 보다 긍정적인 관계와 건강으로 이어진다. 상대에 대한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식사할 때만이라도 휴대폰을 잠시 꺼두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일 것이다.

직장에서 동료들과 ‘같은 참호 안’에 있는 관계를 맺는 일도 중요하다. 영국의 평균적인 개인은 80세가 될 때까지 친구 교제에 8800시간, 친밀한 파트너와의 활동에 9500시간, 직장에서 11만2000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직장 동료를 직접 선택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주어진 상황에서 그들과 좋은 관계를 맺지 않으면 행복해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직업적으로, 또는 가정을 이루면서 이미 다양한 인간관계를 맺고 있는 성인기에 친구는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리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친구는 우리 건강과 웰빙에 생각보다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이 책은 주장한다. 친구들은 우울할 때 기운을 북돋워 주고 우리를 웃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친구들은 항상 그 자리에 있어 줄 거야’라며 우정 쌓기를 무작정 미룰수록 행복계정에 손해가 커질 것이다.

정말로 행복해지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행복의 비밀을 담고 있는 이 책 속으로 무작정 한번 뛰어들기를 권한다. 행복은 그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고 스스로 찾아야 한다.

한경환(han.kyunghw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