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공연후기] 헤드윅, 그 사과를 내게도 줄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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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SF Theater>

“Hedwig, will you give me the apple?”

토미가 헤드윅에게 건넨 질문이다. 이브는 사과를 먹음으로써 무엇이 옳고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깨달았고, 아담이 그녀가 건넨 사과를 먹은 이유가 그녀를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이며. 헤드윅은 토미에게 음악과 사랑을 가르친다는 의미로 사과를 건네 주었다.

토미는 또 이야기한다. 천국은 이브가 아담 안에 있었던 거라고. 그리고 그들이 하나였을 때 비로소 천국이었던 거라고. 원래 아담과 이브는 완전한 하나였으니까. 그의 이야기는 사람과 사람이 사랑해서 하나가 된다는 이야기로도 들리지만, 실은 내 안의 나, 내 모습 스스로를 사랑하는 것이 진정한 사랑의 시작이라는 것을. 헤드윅은 이 사실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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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SHN Magazine>

헤드윅의 이야기는 ‘사랑’으로 가득하다. 그녀의 첫사랑이었던 음악, 여성의 삶을 살게 한 전 남편 루터, 현재 남편이자 밴드의 서브 보컬 이츠학, 그리고 그녀의 운명의 반쪽이라고 생각했던 토미. 헤드윅의 이야기는 ‘슬픔’으로도 가득하다. 모두가 떠나버린 헤드윅의 삶에 남은 건 오직 음악뿐이다. 화장을 하고 가면을 얹어서 새로운 모습으로 아픔을 잊으려 한다.

“I put on some make-up/ and turn up the eight-track/ I’m pulling the wig down from the shelf/ Suddenly I’m this punk rock star of stage and screen/ and I ain’t never, I’m never turning back” – Wig in the Box

가면을 쓴 모습은 아마도 우리 모두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아픈 과거를 가지고, 사랑을 갈망하고, 자신의 존재를 관철하고자 하는 모든 사람의 이야기. 겉으로는 보이지 않는 우리 내면의 또 다른 모습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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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global star>

타인에게 받은 상처로 조각나고 갈라진 모습을 숨겨주는 것은 바로 그녀의 짙은 화장과 화려한 가발이다. 화장과 가발을 벗고 한없이 초라해 보이는 그녀의 모습은 남자도 여자도 아닌 한 상처받은 사람일 뿐이다. 무대에 남겨진 그녀를 위해 ‘음악’이 흐르면 그녀를 포함한 모든 상처받은 영혼이 그녀에게 손을 내민다.

성별 정체성이 모호한 채 남성도 여성도 아닌 모습으로 살며, 작은 바에서 공연하며 살아가는 헤드윅. 가면을 벗은 모습을 사랑해야 할 우리 모두를 대표하는 건 그녀가 아니었을까. 마지막으로 그녀는 위로한다. 그녀 스스로를, 우리 모두를, 그녀가 사랑할 모든 가면을 벗은 모습들을.

“You know you’re doing all right/ so hold on to each other/ You gotta hold on tonight/ And you’re shining/ Like the brightest stars/ A transmission/ on the midnight radio” – Midnight Radio

 

<공연 정보>

<이미지 출처 – Broadwayworld.com>

SHN Golden Gate Theater at SF, 2016.10.2 – 30

Hollywood Pantages Theater at LA, 2016.11.1 – 27

San Diego Civic Theater at SD, 2016.11.29 -1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