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2017년 7월, 마지막 봄학기를 마치고 한국으로 들어온 나는 가족들과 함께 스페인으로 여행을 가기로 결정하였다. 여행 전에 스페인은 축구를 사랑하는 나에겐 그저 축구의 나라이라고만 생각되었다. 만약 언젠가 스페인을 간다면, 축구를 보러 가기 위해 갈 곳이다라고 생각이 드는 나라였다. 하지만, 9박 10일의 여행 후, 전에도 많은 나라들을 여행다녀 왔었던 필자에게 그 중 어디를 가고 싶은가 누군가 물어본다면 주저 없이 단연 스페인이라고 말할 정도로 나의 고정관념을 없앤 아름답고 즐거운 여행이었다. 이번 겨울이나 내년 여름방학에 어디로 여행을 갈까 고민하고 있는 독자들이 있다면, 꼭 스페인을 가보길 바라며, 필자가 다녀온 스페인의 도시 다섯 곳을 솔직한 후기와 함께 소개하겠다.
- 마드리드 (Madrid)
스페인의 수도이며,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축구 명문 클럽 ‘레알 마드리드’로 잘 알려져 있는 도시 ‘마드리드’로 시작하겠다. 이 도시는 내가 다녀온 스페인 도시들 가운데 가장 번화 되었고, 서울과 같이 높은 건물들로 가득하였다. 숙소에 짐을 두고 나서, 가장 먼저 찾은 곳은 ‘프라도 국립미술관’ (Museo Nacional del Prado) 이었다. 이 미술관에는 엘 그레코, 고야, 벨라스케 등 16~17세기 때 스페인 대표 화가들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을 뿐 만 아니라, 라파엘로, 플랑드르파, 보티첼리와 같은 다른 유명한 유럽 예술가들의 작품들도 전시되어 있다. 필자는 미술에 대해 잘 모르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고야의 ‘옷을 벗은 마하’ 였다. 스페인이 가톨릭 국가였던 만큼, 여성의 나체를 그리는 것 자체가 종교재판소에 들어갈 정도로 중죄로 해당되는데, 이 신념을 도전하는 작품이라고 한다. 작품을 떠나, 미술관은 엄청나게 넓어서 자세히 다 보려면 하루를 잡고 봤어야 할 정도였다. 미술작품들에 관심이 있다면 꼭 한 번 가보길 바란다.
미술 작품 관람 후 들린 곳은 ‘마요르 광장’ (Plaza Mayor) 이었다. 스페인의 여름은 낮에 최대 섭씨 40도까지 올라가는 엄청난 열기를 버텨야 하는 곳이다. 덕분에 광장을 보러 가는 것이 힘들긴 했지만 습하지 않아 버틸 수 있을 정도였다. 이 광장은 과거에 축하 행사나 처형과 같은 극과 극의 일들이 일어났던 곳으로, 현재는 다양한 바와 카페들이 자리잡은 곳이다. 여기 광장에서 초콜릿에 츄러스를 먹었던 기억이 나는데, 초콜릿 소스가 상당히 달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대표 간식인 만큼 먹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마지막으로 기억에 남는 건 당연 먹거리였다. 그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음식점은 스페인 문어요리 ‘뽈뽀’의 대표 맛집 “La pulperia de Victoria” 이다. 저녁 9시쯤 가서 와인과 함께 ‘뽈뽀’라는 문어요리를 먹어봤는데 그 맛을 잊지 못하고 있다. 스페인의 문어요리는 고급지면 고급 질수록 부드러운 식감을 자랑한다고 한다. 그 기준에 맞게 이 곳의 ‘뽈뽀’는 와인과 함께 먹기 좋은 최고의 음식이었다. 마드리드를 간다면 이 곳을 무조건 가보길 바란다.
- 톨레도 (Toledo)
마드리드 다음으로 들렸던 ‘톨레도’는 비록 잠시 들렸던 도시였지만, 경치가 예뻤던 곳이었다. 가장 먼저 들렸던 곳은 ‘톨레도 대성당’ (Toledo Catedral) 이었다. 이 전의 이슬람 세력이 지배할 당시 지어졌던 건물을 독립 후 기념하기 위해 그대로 이어서 쓰는 건물이며, 개인적으로 외관이 예뻤던 기억이 난다. 후에 더 멋진 성당들이 많으니 일정이 바쁘다면 외관만 보고 와도 괜찮을 듯 하다. 톨레도는 예전 중세시대에 사용했던 그릇이나, 무기, 갑옷과 같은 물품들을 제작하고 판매하는데, 대표적으로 ‘반지의 제왕’과 ‘왕좌의 게임’ 소품들 또한 이 곳에서 생산된 것들이라고 한다. 골목 곳곳에 이러한 상점들이 많으니 천천히 걸으며 시간을 보내면 좋을 듯 하다.
- 세비야 (Sevilla)
톨레도 다음으로 여행한 도시는 ‘세비야’ (Sevilla) 이었다. 가장 먼저 들렸던 곳은 ‘스페인 광장’ (Plaza de Espana) 이었다. 이 광장 주변으로 마차가 돌아다니는데, 그래서 그런지 길거리에 냄새가 좀 나긴 한다. 하지만, 광장 자체가 왜 명소가 되었는지 바로 알 수 있을 정도로 웅장하고 멋있는 곳이었다. 가이드의 정보로는 이 곳에서 예전에 배우 김태희가 광고 촬영을 했었던 곳이라고도 알려져 있다. 이 곳에는 건물로 이어지는 네 개의 다리가 있는데 각각 카스티야, 아라곤, 그라나다, 나바라 왕국을 상징하는 다리이며, 이 네 개의 왕국이 통일된 것을 기념하는 의미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건물 내부에는 볼 것이 없지만, 건물 자체가 웅장하여 한 쪽에서 반대 쪽으로 천천히 산책하듯 걷는 것을 추천한다.
‘스페인 광장’ 다음으로 추천하는 장소는 ‘메트로폴 파라솔’ (Setas de Sevilla) 이다. 낮에는 광장에서 아름다운 건물과 분수를 보았다면, 해가 저물 때쯤에는 저녁 노을을 보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 짓는 것도 괜찮은 생각일 것이다. ‘메트로폴 파라솔’은 우리나라 동대문 DDP를 연상시키는 외관을 가지고 있지만, 마치 벌집처럼 생겨 디자인이 상당히 독특하다. 이 건축물은 세계에서 가장 큰 목재 건물로, 옥상에서 노을 지는 것을 보는걸 코스를 밟는 곳이다. 입장료를 조금 받기는 하지만, 티켓을 구매하면 위에 있는 바에서 음료 한잔과 바꿀 수 있는 쿠폰을 준다. 남녀노소 불구하고 모두가 좋아할만한 곳이므로 꼭 가보길 바란다.
- 그라나다 (Granada)
세비야에서 오랫동안 버스로 움직이고 난 후 그라나다 ‘Granada’에 도착하였다. 그라나다는 스페인에서 관광지로 가장 유명한 곳 중에 하나인 ‘알함브라 궁전’ (Alhambra) 이다. 이 곳은 800년 동안 이슬람의 지배 끝에 독립한 도시이며, 이 궁전 또한 이슬람 왕조의 궁전이다. 엄청난 크기의 정원, 분수대, 그리고 아름다운 궁전을 보유하고 있으며, 규모가 어마어마하여 자세히 관람하면 하루도 벅찬 곳이었다. 또한, 옥상에서 내려다보면 그라나다 도시 전체가 보여 아름다운 경치 또한 즐길 수 있다. 만약 본인이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를 자주한다면 이 곳을 상당히 좋아할 것이다. 어디서 찍든 예쁜 사진이 나오는 곳이기 때문이다. 상당히 많은 관광객들이 모이는 곳이므로, 방문할 계획이라면 티켓을 미리 예매하는 것을 추천한다.
궁전을 봤다면 세비야 때처럼 아름다운 저녁 노을을 보면서 와인을 마셔보는 것은 어떤가? 필자는 ‘니콜라스 전망대’ (Mirador de San Nicolas) 근처에 위치한 카페 ‘El Huerto de Juan Ranas’ 에서 와인을 마시며 저녁 노을을 감상했었다. 이 곳 근처들은 노을을 보기 위해 수많은 관광객들이 알함브라 궁전 관람 후 이 곳으로 모이기 때문에 조금 일찍 나와서 미리 전망 좋은 자리를 잡는 것을 추천한다. 또한 앉아있는 시간이 제한되어 있지도 않기 때문에, 다른 관광객들이 전망 좋은 자리에 앉는다면 언제 나갈지 모른다. 알함브라 궁전과 그라나다 도시를 보며 노을을 즐기는 것은 좋은 기억을 남기기에 적합하다.
- 바르셀로나 (Barcelona)
여행의 마지막 장소이자 내가 가장 좋아했던 도시 ‘바르셀로나’ 이다.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명문 축구 클럽 FC Barcelona 가 있는 이 도시가 필자에겐 가장 기대되었던 여행지였다. 첫 날 도착하자마자 조금 실망했는데, 이유는 날씨였다. 다른 스페인의 도시들에 비해서, 바르셀로나는 다른 스페인 도시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습도가 높았다. 덕분에 밤에 길거리에 있어도 습도에 의해 땀이 나기도 했다. 하지만 날씨 제외하곤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다. 대표적으로 유명한 것은 가우디 건축물들이었다. 이 중 가장 인상 깊게 보았던 건축물은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Sagrada Familia) 이었다. 엄청 예뻤다. 이전에 다녀온 성당들과 다르게 외부부터 남다르게 화려했으며, 내부는 다양한 색으로 이루어진 유리창문들이 더욱 더 특별하게 만들었다. 감탄하고 왔던 것 같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빛을 따라 내는 색들이 아름다운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건물들과 풍경들만 봤다면, 이제 돈을 쓸 곳을 알려주겠다. 비록 그라나다도 다양한 쇼핑 상가들이 많았지만, 바르셀로나에 위치한 ‘그라시아 거리’ (Passeig de Gracia) 에서 쇼핑을 꼭 하길 바란다. 이 곳은 명품 패션 상점들이 상당히 많다. 물론 흔히 아는 명품을 사는 것도 좋지만, 스페인에서 구매하는 것이 더욱 저렴한 옷 브랜드들에서 옷을 구매하는 것이 더 좋다.
우선 첫 번째로 한국 사람들에게 가장 대중적인 옷 브랜드인 ‘자라’ (ZARA)가 대표 브랜드이다. 한국에서도 상대적으로 괜찮은 가격대로 판매하고 있는 브랜드이지만, 스페인 옷 브랜드인 만큼 디자인도 훨씬 많고 가격대도 훨씬 저렴하다. 다음으로는 우리 나라에서는 훨씬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는 ‘마시모두띠’ (Massimo Dutti), 그리고 자딕앤볼테르 (Zadig&Voltaire) 이다.
한가지 예시를 들어주자면 필자가 구매했던 가죽자켓과 한국에서 발견한 동일한 자켓의 가격차이가 50만원 정도 차이가 났었다. 게다가 7월 기준 당시 필자가 구매했던 가죽자켓이 한화로 대략 7만원 정도 였으니, 가을과 겨울을 바라보며 산다면 저렴한 가격에 질 좋은 가죽자켓을 구매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스페인은 일년에 딱 두 번 전국적으로 할인 행사를 하는데, 이는 7월과 12월이다. 만약 옷을 많이 사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이 두 달에 맞춰서 가는 것을 추천한다.
관광지를 초점으로 둬서 조금 지루하다면, 여행을 하면서 느꼈던 일상적인 팁을 공유하겠다. 여름에 스페인은 밤 10시에도 한국으로 치면 오후 4시 정도 되는 정도의 밝기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기에 밤 늦게까지 놀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는데, 근처에 많은 바와 카페가 있을 것이다. 이런 상점들에는 ‘타파스’ (Tapas) 라고 간단한 안주 사이즈로 음식이 나오는 것을 의미하는데, 가격이 저렴하여 저녁을 먹고 난 후에도 와인과 함께 먹으며 하루를 마감하는 것을 매우 추천한다. 유명한 음식점들 제외하곤 주로 스페인어로만 적혀 있어 주문이 어렵다면 주인이나 웨이터에게 추천을 해달라고 부탁하면 정말 맛있는 와인을 마실 수 있다. 또한 와인이 워낙 저렴하여 독자가 마음에 든 와인을 우연치 않게 마셨다면 그 곳에서 병으로도 살 수 있다. 여행을 다녀온 후 지인들에게 선물하기 제일 좋은 것 중에 하나로 와인이지 않을까 싶다. 도시 하나하나 모두 분위기 은은하고, 너무 사람들도 많지 않아 밤거리도 워낙 좋았던 것 같다. 마지막으로 스페인에는 집시들이 많은데, 주머니나 가방에 있는 물품들을 소매치기 하는 일들이 많다. 그렇기에 중요한 물품들이나 현금을 많이 들고 다니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언제 어디서나 소매치기만 조심한다면, 스페인만큼 아름답고 많은 추억을 남길 수 있는 장소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