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셔널 리그 서부지구 소속의 LA 다저스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손꼽히는 명문 구단이다. 월드시리즈에서의 우승 6번이 무색하게도 준우승이 자그마치 16번이나 되는 이 비운(?)의 구단은 박찬호 선수, 류현진 선수 등 다양한 한국인 선수들도 눈부신 활약을 보이면서 웬만한 한국인들에게도 친숙한 구단이기도 하다. 혹자는 KBO 제11구단 나성 다저스라는 별칭으로 부르기도 할 정도.
어디 한국인의 인기 뿐일까. LA 다저스는 뉴욕 양키스와 더불어 전세계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구단이기도 하다. 그 인기가 얼마나 높은지 홈구장인 다저 스타디움 좌석 가격들이 매해 계속 인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56,000명을 수용하는 경기장이 거의 항상 가득 찬다고 한다. 이번 방문을 도와준 마틴 김 국제 마케팅 디렉터는 할리우드의 유명 연예인들도 경기를 관람하러 자주 온다고 귀띔해주었다.
하지만, LA 다저스가 전세계에서 가장 명망있고 다이나믹한 구단으로 칭송받는 이유는 아쉽게도 박찬호 선수나, 현재 진행형인 류현진 선수 때문은 아니다. 바로 메이저리그 유일의 전구단 영구결번인 42번, 재키 로빈슨의 등번호 때문이다.
베이브 루스가 야구를 바꿨다면, 재키 로빈슨은 미국을 바꿨다 – 릭 스웨인
재키 로빈슨은 1947년 당시 브루클린 다저스에서 등번호 42번을 달고 미국 프로야구 최초의 흑인 메이저 리거로 데뷔하게 되었다. 데뷔 초에는 동료 선수들로부터도 따돌림 당했지만, 피 위 리즈의 “위대한 포옹” 사건 이후 점점 선수들을 물론 메이저리그 팬들도 진심으로 받아들이게 되면서, 메이저리그는 물론 미국 프로 스포츠 종목에 유색 인종들이 활약할 수 있는 역사적인 계기를 열었다. 그리고 재키 로빈슨이 메이저리그에 데뷔한지 정확히 50년이 지난 1997년 4월 15일. 그의 등번호 42번은 메이저리그 전 구단 영구 결번으로 지정됐고, 메이저리그 팬들은 최초의 유색인종 선수를 영원히 기리게 되었다.
영구결번 42번의 의미는 그 뿐만이 아니다. 42번은 LA 다저스가 수십년전부터 꾸준히 추구해온 다양성을 상징하는 다저스만의 자부심으로 우뚝 서있기도 하다. 마틴 김 디렉터는 “재키 로빈슨이 있었기에 어제의 노모, 그리고 오늘의 류현진이 있는 것”이라며 “다양한 출신의 선수들을 영입함으로써 해외로부터 아주 큰 관심도 받고 있으며, 부수적인 마케팅 효과도 독톡히 거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진 설명에 따르면 특히 류현진 선수의 입단으로 좋은 브랜드 마케팅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이미 Hite, LG 등 많은 한국 기업과 LEXUS 등 다른 아시아 기업에서도 계약을 마쳤단다. 잠깐 둘러보니 과연 다저스 스타디움 곳곳에 비치되어 있는 디스플레이들이 모두 LG TV였다.
선수들을 위한 부페식 라운지인 “렉서스 더그아웃 라운지”에 입성하고자 하는 한식 업체들도 많다고 한다. 심지어 스파나 국내 성형 업체로부터 러브콜도 쇄도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마틴 김 디렉터는 “다저스의 브랜드 이미지에 적합하고 LA 시 규정에 맞는 스폰서와 계약을 해야 다저스가 자부하는 다양성도 끝까지 지킬 수 있다”며 “다저스 이미지에 맞지 않는 기업과의 계약은 성사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마틴 김 디렉터는 “다저스와 스폰서는 서로 공생하는 시너지의 관계라는 것이 우리 마케팅의 기본 철학”이라고 설명했다. 과연 LA 다저스는 그들만의 마케팅 철학을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인가? 재키 로빈슨의 영구 결번 42번이 있는한, 문제는 없어 보인다.
[작성: 김진홍, 편집: CalFocus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