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미농구협회 리그, 속칭 NBA는 미국의 3대 스포츠 리그 중 하나로 꼽히며, 한국에도 두터운 팬층을 보유하고 있다. 매년 800만에서 2,000만 명이 최종 우승자가 가려지는 파이널 경기를 시청하며, 매년 8억 달러(한화 기준 약 9,500억 원)의 수익을 낸다. 최근 들어 인기가 시들해졌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밀워키와 피닉스가 맞붙은 지난 2020년 파이널 경기를 기점으로 반등에 성공하며 전미 미식축구 리그(NFL)에 이은 제 2의 스포츠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그러나 이런 NBA보다도 많은 돈을 벌어들이며, 나아가 NFL의 아성에 도전하는 스포츠 토너먼트가 있다. 바로 미국 전역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올라온 68개의 대학이 전국 최강의 자리를 두고 격돌하는 “3월의 광란(March Madness)”다. 과연 3월의 광란이 무엇이길래 이렇게 주목을 받는지, 그리고 곧 진행될 2022년 광란에서 주목할 포인트는 무엇이 있는지 알아보자.
March Madness의 유래, 진행 방식, 그리고 경제적 가치
우선 3월의 광란에 대해 알기 위해서는 위해서는 전미 대학체육협회(National Collegiate Athletic Association, NCAA)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명칭에서 알 수 있듯, NCAA는 미국 전역의 대학스포츠를 보다 과학적,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1910년 설립된 단체이다. 미국의 대학 스포츠 역사가 19세기 중반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는 것을 감안하면 60년 동안 관리체계가 전무했던 것.
설립 이후 스포츠팀을 운영 중이던 수많은 대학이 NCAA에 가입했으며, 이후 그 수가 1,200개를 넘어섬에 따라 수많은 파생리그가 운영되기 시작했다. 후술할 농구뿐만 아니라 미식축구, 야구, 레슬링, 필드하키 등 20여개의 종목이 NCAA의 관리 하에 있으며, 그 중에서도 1부리그 격인 디비전 1(Division 1) 소속 대학들은 미국 엘리트 스포츠의 화수분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매년 다양한 토너먼트가 개최되는 것 역시 당연하다.
1939년 첫 선을 보인 이래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NCAA 디비전 1 남자농구 챔피언십, 통칭 3월의 광란(March Madness)은 그 중에서도 가장 거대한 규모의 토너먼트이다. 총 68개 팀이 참가하는데, 32개 컨퍼런스에서 우승을 거둔 팀들이 토너먼트에 선착한 상태에서 36개 팀이 팬과 전문가에 의해 추가 선정된다. 전국의 대학들이 고르게 참가하는 셈.
규모가 큰 만큼 굴러가는 돈 역시 천문학적이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2018 시즌 3월의 광란 기간 동안 창출된 광고수익은 13억 달러에 달한다. 이는 같은 해 열린 슈퍼볼의 16억 달러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며, 같은 해 열린 메이저리그(MLB)의 4억 달러는 물론 같은 농구리그인 NBA의 8억 달러마저 뛰어넘은 수치이다. 세계를 기준으로 보아도 3월의 광란은 시장성 면에서 웬만한 주요 대회를 압도한다. 포브스의 2019년 통계에 따르면 3월의 광란이 지닌 브랜드 가치는 3억 달러로 FIFA 월드컵보다 2,000만 달러나 높은 것으로 평가되었다.
이는 지역 연고팀에 대한 미국인들의 애착이 강하고, 나아가 대회를 통해 NBA 드래프트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이클 조던부터 스테픈 커리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선수들이 3월의 광란에서 보여준 활약상을 바탕으로 NBA에 입성했으며, 특히 커리의 경우 토너먼트에서의 맹활약을 바탕으로 세간의 부정적인 평가를 뒤집은 바 있다.
광란(Madness)이라는 별칭에서 파악할 수 있듯, 대회 열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특히 대학가에서 그 열기를 쉽게 체감할 수 있는데, 팀이 토너먼트에 진출하기만 해도 파티가 벌어지며 식당은 문전성시를 이룬다. 실제로 한 언론사가 지난 2019년 3월의 광란 기간 동안 미 전역에 포진된 대학 식당가의 1일 평균 매출을 추산한 결과, 주중 평균인 1,200달러나 주말 평균인 1,400달러에 비해 최대 25% 높은 1,500~1,600달러의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경제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치는 셈이다.
여담: 3월의 광란에서 한국인을 볼 수 있을까?
현재까지 NBA에서 활약한 아시아계 선수는 여럿 있으나, 3월의 광란에서 활약한 아시아 선수는 일본의 하치무라 루이가 유일하다. 역대 최고의 아시아 선수인 야오밍처럼 자국에서의 활약상을 바탕으로 NBA의 문을 두들길 수는 있으나, 대학 무대에서의 활약상에 비해 검증이 힘들어 스카우터들이 선호하지 않는 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미국 현지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선수가 있다. 바로 데이비슨 칼리지의 이현중이다. 1학년까지만 해도 그저 준수한 선수라는 평가를 받았으나, 3학년이 된 현재는 컨퍼런스 내에서도 손꼽히는 슈터로 평가받고 있다. 데이비슨 칼리지 역시 소속 컨퍼런스 1위를 수성하고 있으며, 현재와 같은 흐름을 유지할 경우 3월의 광란 진출이 유력한 상황이다.
이현중이 NBA 드래프트의 문을 두들기기 위해서는 팀을 3월의 광란에 확정적으로 진출시킬 필요가 있다. 같은 컨퍼런스 출신이자 현재 NBA 무대에서 활약 중인 와타나베 유타의 경우 3월의 광란에 소속팀을 진출시키지 못했고, 그 결과 먼 길을 돌아가야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선수들이 소속팀에서 맹활약하고도 3월의 광란에 팀을 진출시키지 못해 NBA 문턱에서 고배를 마시며, 이들 중 상당수가 한국 등의 변방리그나 NBA 산하 하부리그를 전전한다. 유타처럼 우여곡절 끝에 NBA에 입성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다수의 선수들은 결국 타지에서 커리어를 마무리한다. 이현중의 광란 진출에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