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죽으면 49일 동안 저승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한국적인 정서가 짙게 묻어나는 영화가 개봉했다. 원작과 비교하면 많이 각색된 내용이었지만, 뼈대는 같았다. 주인공 김자홍이 사후에 저승 삼차사 강림, 해원맥, 덕춘을 만나 저승의 일곱 개의 지옥에서 일곱 번의 재판을 치르는 이야기이다. 주인공의 사연이 재판 때마다 새로이 드러나고, 생전에 어떠한 죄를 지었는지에 따라 지옥에서 재판의 결과가 나온다. 지옥은 살인, 나태, 거짓, 불의, 배신, 폭력, 천륜 지옥이 있고, 한 단계 한 단계를 넘을 때마다 새롭게 펼쳐지는 지옥 속에서 영화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주인공 김자홍의 이야기가 영화의 주된 흐름이고 그 주제가 가족에 대한 사랑으로 원작과 달리 신파적인 내용이었다는 평이 많다. 하지만 저승에서 생전에 지었던 죄들로 재판이 이루어지고 징벌을 받느냐 마느냐는 내용을 풀어나가며 천천히 밝혀지는 주인공의 이야기에 영화를 보고 있을 때는 그 신파가 절로 이해가 가며 눈물이 흐른다. 눈을 사로잡는 화려한 비주얼은 판타지이지만, 내용은 공감하기에 너무나도 친숙하고 현실적인 것이다. 빠른 전환과 특수효과는 관객을 홀리지만 결국 영화가 끝나고 나면 남는 것은 먹먹함이다.
한국인이라면 한 번쯤은 전래동화로든 설화로든 들어보았을 법한 저승의 세계에 상상력을 더한 이야기로, 웹툰 원작에서는 저승과 이승의 이야기가 적절하게 분배되었다면 영화에서는 주인공의 사연에 치중해 저승과 이승을 엮어버렸다. 물론 웹툰에 비교해 짧은 영화의 러닝타임에 맞게 각색 되었지만 약간의 억지가 없지 않아 있다. 기초 틀이 같은 다른 내용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원작 웹툰의 팬이라면 기대는 내려놓아도 좋다.
한국의 CG 기술에 대해 열띤 이야기하고 싶다면 이 영화를 추천하는 바이다. 한국 영화에서 처음 시도된 특수 촬영방식이라고 알고 있다. 할리우드의 히어로 물이나 블록버스터에서 많이 사용되는 블루 스크린을 배경으로 촬영 후 CG 작업으로 배경 효과를 넣는 촬영 방식 말이다. 일곱 가지의 저승을 각기 다른 개성 있는 스타일로 표현한 점이 눈을 즐겁게 했고, CG 에 대해서는 크게 거슬림 없이 보았기 때문에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 바이다. 한국 상업 오락 영화 시장 안에서 판타지 블록버스터라라는 과감한 시도에 박수를 보낸다.
캐스팅 단계에서부터 기대가 컸던 만큼 캐릭터를 맡은 배우들의 연기도 보는 재미가 있다. 원작에서는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김자홍의 직업이 소방관이 된 만큼 차태현의 연기가 중요한 비중을 차지했다. 초반과 후반을 비교하자면 초반에는 어색함이 조금 보였을지 몰라도 후반부의 클라이막스에서 휘몰아치는 감정연기는 역시 국민 배우답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강림 역을 맡은 하정우의 묵직한 연기가 영화의 중심을 잡아주었다. 자칫하면 어긋나버릴 수 있는 어설픈 내용전개에 든든한 연결고리는 하정우의 연기였고, 분위기를 이끌었다. 또한, 특별 출연을 한 배우들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김해숙, 이정재, 마동석 등 연기파 배우들이 영화에서 어떤 역할로 나올지 기대하며 보면 좋다.
지옥의 수가 많은 만큼 저승의 설정에 치중해 스토리텔링을 이어갔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지만, 후속편이 개봉하면 퍼즐이 맞춰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며, 올 여름 개봉예정인 두 번째 이야기 “신과 함께 – 인과 연”을 기다린다.
안보라 학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