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유학 생활을 처음 왔을 때에 가장 큰 걱정 중 하나는 “과연 내가 이 새로운 환경에서 먹고 살 수 있을까”였다. 다행히 내가 살고 있는 기숙사에는 자그마한 부엌이 달려 있다는 점이 그런 걱정을 조금은 덜어 주었다. 그러나 문제는 여전히 있었으니…그것은 바로 내가 라면 끓이기 이외에는 별 다른 요리를 해 본 적 없는 이른바 “요알못 (요리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점! 요리를 하나도 할 줄 몰랐던 내가 미국 기숙사의 작은 부엌에서 하나 둘 “먹고 살 만한” 음식을 만들어 나간 과정을 함께 나누어 보고자 한다.
시작은 가볍게, 계란간장밥
밥에 계란후라이를 얹고, 간장 한 숟가락을 뿌린 다음 비벼 먹기만 하면 끝! 쉽게 만들 수 있는 만큼 오늘날까지도 가장 자주 해 먹는 요리이다. 특히나 이른 시간에 수업이 있어 급히 나가야 할 때에 탁월한 선택이다. 참치 캔을 뜯어서 같이 먹으면 더더욱 맛있다.
김치볶음밥과의 사투
파, 양파, 다진 마늘, 김치를 기름에 볶은 다음 밥과 비벼서 만들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내가 생각했던 김치볶음밥의 맛보다 훨씬 더 쓴 맛이 났다. 간 맞추기에 실패한 탓인 듯 했다. 이후로 몇 번 김치볶음밥 만들기를 시도해 보면서 내 입맛에 맞는 김치볶음밥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매운 맛을 좋아해 고추장을 종종 비벼 먹기도 하는 편이다.
만능 요리 재료, 또띠아와의 만남
또띠아 빵을 활용한 다양한 레시피들도 무척 간단한 편이다. 그 중 하나는 “정준하 또띠아”로 알려진 치즈와 계란이 들어간 또띠아 빵이다. 프라이팬 위에 계란 후라이와 양파, 치즈를 얹은 뒤 또띠아 빵으로 돌돌 말아서 만들 수 있다.
또띠아 빵만 있다면 기호에 따라 닭고기나 밥과 같은 다른 재료들을 넣어 가면서 다양한 맛을 내 볼 수도 있다. 빵 위에 치즈와 이런 저런 재료들을 얹은 후, 오븐이나 전자레인지로 노릇노릇하게 구우면 미니 피자를 만들어 먹을 수도 있다.
매운 까르보나라의 추억
우선 썰어 놓은 베이컨, 양파, 그리고 다진 마늘을 프라이팬에 볶았다. 그 재료들이 잠길 정도로 우유를 붓고 난 후, 치즈와 흰자와 분리 시킨 계란 노른자를 넣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까르보나라 재료들 위에 불닭볶음면 소스와 라면을 넣으니 붉은 색이 감도는 “불닭 까르보나라”가 완성 되었다. 정말이지 그 때 맛보았던 환상적인 맛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나중에는 칠리 소스와 파스타 면을 활용해서 비슷한 방식으로 다시 매운 까르보나라를 만들어 먹어 보았다. 파스타를 딱 맞게 익히는 데에 실패했다는 데에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요리 초보의 구원 투수, 굴소스와 카레
파를 기름에 두른 뒤 새우, 당근, 감자 등의 이런 저런 재료를 볶아 만들면 쉽게 볶음밥을 만들 수 있다. 맛난 볶음밥을 완성하는 비결은 바로 굴소스! 볶음밥을 만들 때는 잊지 않고 늘 한 두 숟가락씩 넣어주고는 한다.
굴소스만큼이나 요리 초보에게 구원 투수가 되어 주는 재료는 바로 카레 분말이다. 카레와 밥을 비벼 주기만 하면 몇 분 만에 뚝딱 카레 한 접시를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먹다 남은 닭가슴살과 같은 재료들을 같이 넣어주면 “치킨 카레”도 만들 수 있다.
아침을 여는 프렌치 토스트
달걀물과 우유에 적신 식빵을 노릇노릇하게 구워서 프렌치 토스트를 만들었다. 마트에서 사온 바나나와 베리들을 곁들이니 더욱 그럴 듯한 비쥬얼의 아침이 되었다.
이것저것 넣어 만드는 찌개
쌀뜨물이나 멸치 육수, 사골 국물 재료가 있다면 풍성한 맛이 나는 찌개 국물도 만들어 먹을 수 있다. 육수 재료가 없는 경우에도 물에 고추장과 된장을 풀어 주어 그럴싸한 찌개 국물을 만들 수 있다.
김치가 있는 경우에는 김치와 같이 김치 국물과 참치 등을 넣어주면 맛난 김치찌개를 해 먹을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찌개에 계란을 빠트려 먹는 것 또한 좋아한다. 그 외에도 파, 양파, 팽이버섯, 감자, 두부 등 각종 냉장고 속에 남은 각종 재료들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게 찌개 요리의 장점이다. 한 번 끓여 놓은 찌개를 잘 보관해 두면 몇 끼를 해 먹을 수 있다는 점 또한 내가 찌개 요리를 즐기는 이유 중 하나이다.
지글지글 구워 먹는 고기 요리
소고기나 돼지고기를 사와서 프라이팬에 구워 먹으면 손쉽게 든든한 한 끼를 해먹을 수 있다. 프라이팬에 고기랑 같이 김치도 같이 구워 먹으면 금상첨화이다.
매콤한 고기 맛이 그리운 날에는 고기에 고추장 양념을 발라 제육볶음을 만들어 먹어 보기도 했다. 직접 만들어 먹은 제육볶음은 제법 맛있었던 든든한 한 끼 식사가 되어 주었다.
지금까지 스스로 먹고 살아가는 나날들에 대한 기록들을 되돌아 보았다. 때로는 어설픈 비쥬얼에 간이 맞지 않는 맛의 요리들을 만들어 내기도 했지만 혼자 부엌에서 만들어 먹는 데에도 그 나름의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비싼 물가가 부담스럽거나 집밥이 그리운 유학생들이라면 쉽게 만들 수 있는 음식들부터 하나 둘 만들기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