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라는 곳은 국가를 막론하고 내가 상상하던 로망들이 모두 실현될 것 같은 공간이라는 느낌을 준다. 필자는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했기 때문에 그 로망이라는 것이 더 컸고, 흔히들 이야기하는 “대학 가면 살 빠진다”, “대학 가면 연애한다” (?) 등의 로망을 실현하겠다는 부푼 꿈을 가지고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에 진학한 바 있다.
그렇게 1년 간의 꿈 같았던 새내기 생활을 마치고, 이 학교를 졸업하게 될 것이라고만 생각했던 필자에게 스무 살 끝자락에 경험한 한 달 간의 뉴욕 여행은 당장 이 멋진 도시에서 공부하고 싶다는 열망을 불러일으켰다. 그렇게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던 ‘미국 유학’에 도전하게 만들어주었다.
그러나 필자는 이미 대학교를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편입의 가장 일반적인 루트인 커뮤니티 칼리지(CC, Community College)를 재입학하여 편입을 준비하기에는 시간적 여유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한국 대학교에서 곧바로 미국 대학 편입을 준비하게 되었고, 결국 성공하였다. 많은 이들이 생각해보지 않은 길이기 때문에, 혹자는 한국에서 다이렉트로 미국 대학 편입을 준비하는 것은 돈과 시간만 낭비하는 꼴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다.
이 기사를 통해 일반적인 편입 방법과 같으면서도, 미국 시스템을 하나도 모르는 이들에겐 너무나도 어려울 수 있는 편입 팁에 대해서 소개하고자 한다. 이 기사가 훗날 필자와 같은 생각으로 한국에서 곧바로 미국 대학으로의 편입을 꿈꾸는 대학생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STEP 1. 가고 싶은 학교의 편입 일정 확인하기
필자의 경우에는 그 어떤 학교보다도 뉴욕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뉴욕 Greenwich Village에 위치한 NYU(New York University)를 목표로 삼았다. 이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어드미션 일정을 확인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편입을 하기까지 한국에서 준비할 것이 많기 때문에, 어드미션에 소요되는 시간들을 모두 고려하여 대략적인 플랜을 짜야 한다.
뉴욕대학교의 경우, 가을학기 어드미션 지원 마감일은 3월 1일, 봄학기 어드미션 지원 마감일은 11월 1일이다. 이 때, 본인이 지원하려는 과에 따라서 봄학기 어드미션을 받는 경우가 있고, 받지 않는 경우가 있으니 본인이 지원하고자 하는 전공의 웹사이트에서 꼼꼼히 요강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STEP 2. 서류 준비 전 어학 점수 만들기
일정을 확인했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준비를 해야 할 차례이다. 각종 서류들을 준비하기 전에 국제학생(International Students)으로서 영어로 대학수업을 이수하는데 문제가 없다는 것을 어학 시험 점수로 증명해야 한다. 학교에서 인정하는 English Language Proficiency Testing에는 여러 종류의 어학 시험이 있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한국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알려져 있는 TOEFL이나 IELTS를 준비하면 된다. 그러나, 국제학생이더라도 영어로 수업이 진행되는 학교를 졸업한 경우에는 면제될 수 있다는 점을 참고해주길 바란다.
- 100 and above on the TOEFL iBT(https://www.ets.org/toefl)
- 7.5 and above on the IELTS Academic(https://www.ielts.org/)
위의 점수들은 편입을 지원할 때 ‘반드시’ 충족해야 할 어학점수이다. 두 어학 시험 중 본인에게 더 맞는 시험을 선택하면 되고, 대신 minimum을 충족하기만 하면 이후에 점수가 얼마나 높은지는 관계가 없다고 하니, 최저 기준만 충족한다면 이제 지원할 수 있는 자격이 생긴 것이다. 나머지는 서류 준비이니 큰 산 중 하나를 넘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필자가 준비했던 토플같은 경우에는 조선일보에서 ETS와 연계하여 ETS 공식 토플모의고사(https://etest.chosun.com/tpo/index.jsp)를 제공해주기도 하니, 이런 부분을 충분히 활용하여 연습하면 비싼 시험료(약 200불)의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을 것이다.
STEP 3. 에세이 작성하기 (매우 중요!)
한국 대학에 자소서가 있다면 미국 대학에는 에세이를 제출해야 한다. 미국 대학은 커먼앱(https://www.commonapp.org/)이라는 사이트를 통해지원이 가능한데, 신입학과 마찬가지로 편입학도 해당 사이트를 통해 에세이를 제출할 수 있다. 편입을 하려는 경우에는 ‘Why NYU?’처럼 왜 이 학교를 택했는지에 대해 쓰는 질문 하나, 그리고 ‘Why Transfer?’라는 질문, 이렇게 두 가지의 질문에 대한 에세이를 작성하면 된다.
에세이 작성 시에는 본인이 경험한 것들을 어떻게 연결하고, transition을 줄 수 있는지를 고려하며 자신만의 경험을 다채롭게 엮어 나가면 된다. 오스카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이 인용한 마틴 스콜세이지 감독의 말처럼,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독창적인 것이니, 자신감을 가지고 편입을 지원하게 된 동기를 작성하면 된다. 다른 정량적인 요소가 경쟁 지원자들보다 부족한 경우에 에세이를 독창적으로 잘 작성하면 합격할 확률이 매우 높아진다고 하니, 에세이에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 필자의 경우에는 여러 사람들에게 proofreading을 부탁하고,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들어보며 기존에 썼던 초안을 계속 수정하며 에세이를 완성할 수 있었다.
STEP 4. 현재 다니고 있는 대학교에서 해야 할 일: GPA와 추천서
앞서 말했듯이 한국에서 미국 대학으로 편입하는 일은 물론 불가능하지 않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도 하다. 따라서 본인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GPA의 경우, 편입에 있어서 에세이 만큼 중요한 요소이다. 한 번의 요행을 바랄 수 없이 차곡차곡 쌓아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편입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평소에 꾸준히 학점 관리를 하는 것을 추천한다.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편입하는 학생들의 경우에 GPA가 4.0 만점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만점을 받기 어려운 한국 학교의 특성상 최선을 다해 높은 학점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GPA 뿐만 아니라 추천서도 편입을 준비하는 데에 있어서 필수적인 요소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어려운 부분이기도 했다. 현재 다니고 있는 학교의 교수님들께 대학원이 아닌 ‘편입’ 추천서 작성을 부탁드리는 것은 상황에 따라서 눈치가 보이는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평소에 교수님들의 수업을 열심히 듣고, 교수님과 면담을 하며 본인의 상황과 목표에 대해 잘 이야기한다면 백이면 백, 모두 본인의 꿈을 향해 발전해 나가고자 하는 본인을 응원해주실 것이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추천서는 영어로 작성되어야 하고 한국 대학교의 교수님들께서는 영어로 추천서를 작성하는 것을 상당히 부담스러워 하시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미리 면담을 통해 본인의 교수님이 어떤 방식을 선호하시는 지 확인 후 추천서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 좋다. 많은 경우 초안을 써오라고 하시거나, 키워드 같은 것을 작성해오라고 요구하시는 경우가 많다.
또한, 교수님들은 일정이 바쁘신 경우가 많고 때에 따라 간혹 메일 답장이 느리게 올 수 있으니 이런 기간적인 부분을 고려해서 편입 준비 초반에 미리 언질을 드리고, 이후 본격적인 준비를 시작할 때에 다시 한 번 구체적으로 부탁을 드리는 방법을 추천한다. 추천서는 보통 세 개 정도 필요하기 때문에, 이를 고려해서 교수님께 부탁드리는 것이 좋다.
STEP 5. 그 외에 준비해야 할 서류들에는 무엇이 있을까? 성적증명서과 졸업증명서, 그리고 레쥬메(resume)
이제 개인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 서류들의 차례이다. 한국에서 대학교를 다니고 있는 사람이라면 고등학교도 한국에서 졸업했을 가능성이 크다. 모든 서류는 영문으로 준비되어야 하기 때문에 이 부분을 꼭 고려해야 한다. 영문으로 된 서류들은 꼭 봉투에 ‘sealed’ 처리가 된 상태로 원본 서류를 어드미션 오피스로 직접 보내야 한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바로 배송하는 경우에 우체국 국제특송을 이용하면 2-3일 내로 전달이 가능하다. 하지만 공항 통과 시에 예상치 못하게 더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있으므로 이 또한 미리미리 준비하는 것을 추천한다.
- 고등학교 영문 성적증명서 / 졸업증명서
- 대학교 영문 성적증명서 / 재학증명서 (편입이기 때문에 졸업증명서 대신 필요)
레쥬메의 경우에는, 간단히 이야기하면 생활기록부 같은 개념이라고 보면 된다. 회사에 지원하는 게 아닌데도 미국 학교들에 지원하기 위해서는 레쥬메를 제출해야 한다. 본인이 했던 활동들을 일목요연하게 한 페이지로 정리하면 되는데, 레쥬메의 개념이 생소한 한국 학생들의 경우에는 구글에서 여러 레쥬메 샘플들을 참고해 볼 수 있다. 보통 Education, Work Experience, Activity/Community Service, Skills와 같은 소제목으로 분류해서 본인이 활동한 내용을 간략하되 충실하게 요약하여 기재한다.
또한, 대학교와의 메일을 주고 받으며 편입 서류들이 무사히 잘 제출되었는지 follow-up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필자가 미국 대학 편입을 준비하며 느낀 점은, 미국 대학은 한국과는 다르게 본인이 모든 것을 신경써야 한다는 점이었다. 수시 시즌에 서강대학교 입학처에서 일했던 경험을 돌이켜 보면, 한국은 입학에 필요한 구비 서류가 조금 부족할 때에도 직접 지원자에게 다시 연락해서 보충을 요구한다.
하지만 미국 대학에게도 그런 것들을 기대하면 큰 오산이다. 우선 지원자의 규모 자체가 한국과는 비교가 될 수 없을 정도로 많기 때문에 각 지원자들 개개인에게 대학 차원에서 신경쓰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서류들을 모두 구비하는 것은 지원자의 책임이며, 우리에게는 본인의 책임 영역을 완수해야 할 의무가 있다. 본인의 지원이 잘 완료되었는지에 대해 확인하는 것은 온전히 나의 몫인 것이다.
그렇지만 이렇게 다섯 가지의 스텝대로, 그리고 본인이 가고자 하는 학교 홈페이지에서 구체적인 사항을 확인해 보고 지원 절차를 따라본다면, 불가능한 장벽이라고만 느껴질지도 모르는 한국 대학에서 미국 대학으로의 편입이 가능해지는 마법이 따를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 본 기사는 주관적 경험을 바탕으로 쓰였으며, 뉴욕대학교 기준으로 작성되었기 때문에 모든 학교에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을 수 있음을 참고해주시길 바랍니다.)